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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

까맣게 흘러내린 내 인생의 국제시장 그리고 원덕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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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코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은 마치 오롯이 가족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탄광에서 젊은시절을 살다 지금은 여기 저기 고장난 몸으로 귀까지 잘 들리지 않는 어르신들의 삶의 색채와도 같습니다.

사랑의달팽이는 그렇게 까맣게 흘러내린 어르신들의 땀이 서려있는 과거가 현재까지 물들지 않도록 소리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복지재단의 후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행 중인 폐광촌 어르신들을 위한 보청기지원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 귀마개가 어딨어. 말도 통하지 않지. 그냥 일 할 수밖에 없어.

“그때부터 귀에서 자꾸 윙~하고 소리가 들렸드랬어. 늙어서 아주 들리지 않아도 보청기가 워낙에 비싸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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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운(가명) 어르신은 올 해 78세입니다.

1964년 12월 3일에 장성광업소에서 일을 하셨는데, 동생들 뒷바라지 때문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해서 72년도에 서독 광부로 파견을 나갔다고 합니다.

그 당시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 정도로 태국과 필리핀 보다도 적기에 사람을 수출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박 어르신은 한국에서 일을 했을 때에는 폭파연기가 다 빠진 후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독일에서는 1000m지하 갱도에서 무거운 장비를 홀로 옮기고, 연기가 자욱한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했다고 합니다.

가족도 그리운 먼 타국 땅에서 오롯이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광산일을 하였는데 작업현장도 어려웠지만 마음도 힘든 상태라 그런지 한국에서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땀과 광산의 불순물이 섞인 까만땀이 났는데, 그 곳에서는 10분도 지나지 않아 땀이 검게 흘러내렸다고 합니다.

서독의 광산은 하루에 한 번씩 발파작업이 진행되는데, 한 번에 132개의 다이너마이트가 폭파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광산주변 지역은 지열이 심하고 공기마저 탁해서 광부가 아니면 마을사람들은 광산근처로 절대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박상운 어르신은 그 시절을 기억하며 최근 자녀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보았는데 정말이지 자신의 젊을 때 이야기를 그대로 본 것 같다며 회상에 잠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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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이 그 시절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냐 여쭤보니, 아무래도 영화이기에 그 당시의 참옥하고 힘든 상황을 그대로 담아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광산일을 하다보니, 귀를 보호할 만한 장비 하나 없이 폭음에 그대로 노출되었다고 합니다.

한 번이 아니라, 매일 그렇게 백 개가 넘는 폭탄물이 터지는 소리를 그대로 들었으니, 이명소리도 들리고 귀도 잘 안들리는게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라서 25년간 탄광에서 근무해도 수중에 돈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매일 고된 업무로 일이 끝난 뒤에는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경제적으로 신경을 쓸 겨를도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생활이 힘들어질 정도로 이명이 심해지고 귀는 더 잘 안들리게 되어서 보청기가 필요했으나, 2~300만원이나 되는 보청기를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어르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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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어르신은 이번 강원랜드 소리찾기 사업에 선정되어 보청기를 기증받게 되었습니다.

청력검사때, 사랑의달팽이를 통해 기증받은 보청기로 이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이전에 잘 안들리던 말소리도 잘 들리고 TV조차 볼 수 없어 적적하게 지냈는데 이제 TV소리도 들을 수 있어 심심하지 않겠다’라며 무척이나 좋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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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일을 했던 그 시간의 깊이만큼 어르신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이제 소리를 찾고 가족들과 함께 소통하며 밝은 웃음주름으로 채워지길 기대합니다.

#2 이제 보청기 없으면 안돼~

폐광촌 지역 주민들을 위한 청력검사 및 착용 방문에는 목적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날 지원받을 어르신들의 검사 및 착용과 함께 이 전에 사랑의달팽이를 통해 지원받은 어르신들의 보청기에 이상이 없는지, 잘 사용하고 계시는지, 문제가 있으신 분들도 방문하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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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가을비가 하루 종일 내려 조금은 쌀쌀한 느낌마저 감도는 삼척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기 바로 직전 한 통의 전화가 울렸습니다.

같은 전화벨소리인데도 어떤 때에는 전화기가 살아 있는 것 마냥 아주 급하게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바로 이 날이 딱 그랬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원덕읍의 한 어르신이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기다리신다;고 ‘전에 지원받은 보청기를 좀 봐달라’고 사정을 하셨습니다.

‘이 어르신은 난청이 심했던 것 같다’는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보청기를 지원받고서도 사용할 수 없으면 얼마나 불편하실까 생각되어 일정을 변경하여 삼척에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원덕에 있는 어르신 댁으로 향했습니다.

시에서 꽤 먼 시골인지라 가는 길도 산건너 다리건너 꼬불꼬불한 길을 돌아 어르신 댁에 도착하였습니다.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고 이웃분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옛정서가 그대로 녹아있는 시골집에서 사시는 어르신은 귀한 손님이라며 집에 있는 커피와 복숭아를 주시며 보청기를 보여주셨습니다.

무엇이 잘 안맞는다고 하셔서 착용감 문제로 추측되어 소리조절을 마친 후 귓본을 다시 제작해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보청기를 다시 가져가서 제작 후 보내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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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르신은 “보청기가 좀 문제가 있긴하지만 그래도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듣고 이웃들과 이야기도 하며 살았는데 없으면 어떻하냐”고 펄쩍 뛰시며 놀라셨습니다.

‘하루만 없어도 불편해서 못 산다’라며 보청기를 내어주지 않자, 직원들의 설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자 눈도 안 좋아서 수술하고, 이 집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나라땅이라고해서 세금내고 있다며, 이런 힘든 상황에서 보청기까지 없이 어찌 사냐며 하소연하는 어르신을 보던 이웃분들이 어르신을 함께 설득하여 5일 후에 꼭 보청기를 다시 보내드리겠다고 약속을 하고 보청기를 받아오게 되었습니다.

떠나오는 발걸음을 돌려 뒤를 돌아보니 어르신이 밝게 웃으며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손을 흔들고 계셨습니다.

어르신에게 “빨리 보청기 보내드릴게요”라고 다시 한 번 약속하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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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는 요즘, 독거노인의 비율도 만만치 않습니다.

혼자사는 노인의 10명 중 7명이 빈곤 상태에 놓여있다는 보도와 함께 지난 해 60세 이상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67.1%나 된다고 합니다.

어쩌면 도시와 멀리 떨어져 사는 어르신의 삶에는 이 보청기 하나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은 매개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하기에 보청기 없이 지내는 며칠의 시간이 어쩌면 불편함 이상의 두려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원덕 어르신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됩니다.

최근 어르신에게 보청기를 보내드리고 이제 불편함 없이 잘 사용하고 계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홀로 외로이 사시는 어르신들의 보청기를 지원받고 소통이라는 선물로 작게나마 행복한 삶을 사실 수 있도록 사랑의달팽이는 계속해서 폐광촌 지역 어르신의 “소리”를 지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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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랑의달팽이

발행 | 201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