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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

느림이 꽃피어 울림이 되어 [손정우 군의 클라리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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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빠르고 정확하며 풍족하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느리지만 꾸준하고, 다르지만 서로 맞춰나가는 채워감이 이 세상을 서로 공감하며 살아가는 방법이자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소소한 기쁨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작은 들림’을 ‘울림’으로 만드는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 단원 손정우 군과 10년 가까이 앙상블 단원들과 함께해 온 허두리 총괄감독을 만났다.

Q. 허 감독님, 안녕하세요. 손정우 단원을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나세요? 어떤 학생이었나요?

감독님 2008년, 정우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사랑의달팽이 사무실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눈이 크고 선하게 생긴 인상에 수줍게 웃는 모습이 예쁜, 예의가 무척 바른 아이였어요.

처음 수업을 하던 날, 잘못된 주법으로 연주하는 정우에게 바른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가르쳐주는대로 빠르게 받아들이며 월등하게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 대견했고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악보의 리듬과 음계를 읽는 것도 뛰어나서 진도도 아주 빠르게 나갔지요. 정우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앞으로 선생님으로서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라고 한계를 두지 않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정우로 인해서 저도 아이들을 더 열심히 가르칠 수 있는 좋은 자극과 계기가 되었어요.

 

Q. 손정우 군은 어떤 계기로 클라리넷을 연주하게 되었어요?

정우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서 청각장애인 클라리넷앙상블 연주회를 보러가게 되었는데 그 연주회에 감동을 받아서 클라리넷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배운 곳은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이었는데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클라리넷을 그만두려다가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을 알게되었는데 그 때부터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게 되었어요.

연주회 때,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무대에서 연주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떨렸지만 점점 자신감도 얻고 실력도 빨리 늘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무엇보다도 클라리넷 연주하는 순간이 저에게 너무 즐거웠어요. 중학교 졸업 즈음에는 진지하게 꿈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공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죠.

2015년 정기연주회(위)
2015년 정기연주회(위)
고등학교 때 참여했던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행복연주회 및 겨울캠프(아래)
고등학교 때 참여했던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행복연주회 및 겨울캠프(아래)

Q. 처음 무대에 섰을 때 많이 떨렸다고 했는데, 좀 자세히 들려주세요.

정우 엄청 떨렸어요. 청각장애 때문에 의사소통도 어려운데 자신감까지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눈 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연주회 전날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리고 당일이 되어서는 불안해서 화장실만 왔다 갔다하고 정말 너무 떨려서 혼났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네요.

 

Q. 클라리넷을 배우면서 어떤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정우 일단 청각장애라는 이유로 악기 연주할 때 가장 필요한 음감과 리듬감이 남들보다 많이 부족한 것이 힘들었어요.

연주할 때 저 스스로가 ‘이 소리는 좋다, 안 좋다’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찾아 가야하는데 그 찾아가는 속도가 너무 느렸어요.

심지어 중학교 때 제 연주가 초등학생 수준과 비슷할 정도로 좋은 소리를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느낀 것이 ‘음악을 잘하라면 귀가 정말 좋아야되는구나’ 절실히 느꼈어요.

 

Q. 오랜시간 정우에게 클라리넷 레슨을 해주셨고, 이제 정우가 일반인들과 동일한 일반전형으로 음대에 합격했다고 들었어요.

감독님 네, 정우가 개인레슨을 시작한 계기는 정우 어머니께서 정우를 한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입단시키고자 하신 일이었어요.

그런데 입단 후에 장애 때문에 ‘다른 악기나 지휘자 선생님의 설명을 듣지 못할까’하는 염려로 저에게 오케스트라 곡을 지도해달라고 요청하셨어요.

하지만 곡 위주로만 가르치기에 정우는 그 이상의 소질을 보였어요.

입단한 오케스트라에서 금방 1st(수석)가 되었어요.

정우가 중학교 1학년때 기초와 실력 성장에 목표를 두고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에 자신이 청각장애인인 것을 밝히지 않고 일반학생으로 참여해서 당당히 1등을 햇어요.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말에는 ‘정우가 가장 잘하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이 클라리넷이라면 전공을 해보자’라고 어머니와 함께 상의하여 결정하게 되었어요.

이후로도 정우는 고등학교때에도 꾸준히 레슨을 받았고 여러 권위있는 콩쿨에서 상위권으로 입상하는 좋은 성과를 얻었어요.

올해 정우는 강남대 바이마르(독일음악)학부에 합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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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랜시간 감독님과 정우가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가 아름답게 결실히 맺혔네요. 축하드립니다. 합격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감독님 오랜 과정 가운데 정우와 저, 모두에게 고되고 힘든 시간이었고 함께 참 많이 울기도 했어요.

긴 시간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일반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한 정우가 너무나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워요.

정우 일단 제가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 속에서 ‘대학교’라는 하나의 단계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정말 감사해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어린 마음에 더 열심히 해도 모자라는 시간에 연습도, 공부도 조금하고 친구들과 많이 놀았어요.

하지만 고 3이 되니까, 이제 현실로 느껴지면서 긴장이 되더라구요.

매일 하루의 반 이상을 연습실에서 살았어요.

중간 중간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얻어서 선생님과 부모님께 무한 감사드립니다.

베를린필하모닉 Wind Quintet 방한공연중 클라리넷티스트 Walter Seyfarth에게 지도받는 손정우 단원
베를린필하모닉 Wind Quintet 방한공연중 클라리넷티스트 Walter Seyfarth에게 지도받는 손정우 단원

Q. 이제 대학교 생활이 시작되는데 가장 기대되는 것이 있나요?

정우 이전에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의 윈드퀸텟 클라리넷티스트 월터선생님께 레슨을 받은 적이 있어요.

확실히 독일과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소리에 욕심이 나서 강남대 독일음악학부에 지원한 계기가 되었어요.

가장 기대되는 것은 학교 안에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에는 음악수업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대학교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 더 깊이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거예요. CC는 기대도 안하고 있어요. ^^

 

Q. 감독님, 제자인 정우에게 좋은 말씀 한 마디 해주세요.

감독님 이제 정우는 클라리넷티스트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내 딛었어요.

이제 비장애인도 음악인으로서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앞으로 정우에게도 수 많은 어려움과 시련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한다면 수 많은 연주자 중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연주자’ 손정우가 될 것을 믿어요.

그 꿈을 이루길 바라며 저는 정우에게 힘이 되는 한 영원한 지지자로 도우며 있을 거예요.

허두리 총괄감독과 손정우 단원
허두리 총괄감독과 손정우 단원

Q.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의달팽이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정우 지금처럼 웃으며 밝은 모습으로 연습을 열심히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클라리넷앙상블 단원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가 클라리넷을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장님과 여러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독님 듣지 못한다는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서 자기만의 방법과 노력으로 열심히 클라리넷을 배우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선생님으로서 늘 가슴 한켠이 벅차오릅니다.

“청각장애 연주가라는 불가능한 현실을 가능으로 바꾼 너희들은 정말 대단하고 멋진 아이들이야!

비록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느린, 달팽이의 걸음을 걷고 있지만

지금처럼 너희들의 꿈을 향해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언젠가 꼭 그 꿈을 이루게 될 것이라 믿어.

선생님은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소중해. 진심으로 사랑한다.”

‘A person loging for any dream for a long time resembles that dream at last’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 앙드레 말로

오랜 꿈을 품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단원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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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유사한 악기인 클라리넷을 통해

청각장애유소년들의 사회정서적 발달 및 언어재활을 지원합니다.

글 | 사랑의달팽이

발행 | 201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