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소리 없는 세상에 전하는, 따뜻한 울림
사랑의달팽이

[인터뷰] 사단법인 사랑의달팽이 조영운 사무국장

 

매년 0.1%~0.3%의 신생아가 난청을 가지고 태어난다. 또한 후천적인 청각장애를 포함해 전 인구의 10% 이상이 크고 작은 난청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사랑의달팽이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찾아주고 새로운 세상을 선물한다. 소리 없는 세상에 울림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통합을 목표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비전이라고 말하는 사랑의달팽이 조영운 사무국장을 만났다.

 

사랑의달팽이는 어떤 곳인가.

 

사랑의달팽이는 사회에서 소외된 청각장애인들에게 소리를 찾아주고 잃어버린 행복을 선물하는 청각장애 전문 복지단체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수어를 배우고 농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청기로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심고도 난청인 중, 청신경이 살아있다면 수술을 통해 소리를 찾을 수 있다. 아동의 경우 3세 이전에 수술을 받고 재활이 잘 이루어진다면 일반 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90% 이상이다. 소리를 찾을 방법이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소리 없는 세상에 사는 이들에게 가족과 사회와의 참된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상자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기준중위소득 80% 이하의 청각장애를 가진 아동과 성인을 선정해 지원하며, 크게 세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는 ‘소리 찾기 사업’으로 ‘인공달팽이관(인공와우) 수술’과 ‘보청기 지원’을 통해 소리를 찾아준다. 인공달팽이관이란 귓속 달팽이관에 인공적으로 전기장치를 삽입하는 것으로 세포에 전기자극을 주어 소리를 인지하도록 돕는 장치이다. 귓속에 있는 내부장치와 머리에 자석으로 연결된 수신기 역할을 하는 외부장치가 있다. 수술 후에 바로 듣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재활이 필요하다. 꾸준한 재활과 맵핑(각 개인에 따라 소리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크기가 다르므로 각자에게 맞는 소리자극 크기를 정하는 것) 과정을 통해 스스로 소리를 분별하여 듣고 말할 수 있도록 1년간 언어재활치료비를 지원한다. 또한 탄광에서 폭음과 함께 일하던 폐광촌 어르신, 나라를 위해 싸워온 참전 용사 어르신, 하루에 수십 번씩 물질을 하는 해녀 등 직업적·환경적 요인으로 난청의 위험에 노출된 분들과 소리를 잃고 이웃 간의 소통이 단절되어 고독사 위험이 있는 독거노인 및 청소년에게 보청기를 지원하고 있다.

 

두 번째는 ‘사회적응 지원사업’이다. 소리를 듣게 된 아이들은 대부분 통합교육을 받게 되지만, 재활의 정도에 따라 학업 및 교우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자연음이 아닌 전극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음으로 소리를 듣는 아이들은 시끌벅적한 교실이나 뒤에서 부르는 소리를 인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때로는 친구들로부터 자신을 무시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머리에 연결된 낯선 외부장치 때문에 놀림과 따돌림까지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랑의달팽이는 아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클라리넷앙상블 연주단 지원, 멘토링 및 심리상담 프로그램, 장학지원, 취업지원 사업 등을 통해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인식교육사업’이 있다. 청각장애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장애이지만, 많은 사람이 청각장애인이 겪는 사회편입의 어려움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치료의 중요성,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한다. 또한, 청각장애인은 들리지 않는 장애로 인한 마음의 상처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음에도 소극적으로 소외된 삶을 선택하고 사회와 소통하지 않은 채 마음을 닫고 살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두 생각의 간극을 좁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인식교육, 문화행사,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화된 사업이 있나.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한 초, 중, 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2003년 8월, ‘클라리넷앙상블’을 창단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청각장애인 연주단이다. 연주단을 만들게 된 동기는 전문적인 음악인을 배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편견과 소외 등으로 누구보다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과 같은 상황에 있는 친구들과 공감하고 마음껏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이를 두고 고민하던 중 악기를 다루면 자신감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인공달팽이관의 특징이 사람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설계된 장치인데, 마침 클라리넷이 사람의 음색과 가장 유사한 소리를 내는 목관악기여서 선택하게 됐고 수술을 한 친구들의 재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단원들은 건청인에 비해 오랜 시간을 연습해야만 하는 힘든 조건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해 15회 정기연주회까지 훌륭히 마쳤고 많은 대중에게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또한,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재고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하게 됐다.

 

단원 중 한 명은 초등학교 4학년에 입단해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한 친구 최초로 음대에 입학한 사례가 있다. 장애인 전형이 아니라 일반 전형으로 입학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고, 현재는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하면서 클라리넷앙상블 단원들을 위해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의 단원이 최소 5년 이상 함께할 정도로 이 활동을 좋아한다. 매주 금요일 사무국 공간에 모여 클라리넷 연습을 하며 꾸준히 달팽이 걸음을 걷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흐뭇하다.

보청기지원

다양한 사업을 통해 바라는 효과는 무엇인가.

 

청각장애인 개인에게는 소리를 찾아주고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선물하는 것이 목표이고, 사회적으로는 진정한 사회통합을 목표로 한다. 요즘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인권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장애인은 살아가면서 그들이 가진 장애 그 이상의 장애물이 사회참여를 저해시키고 인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의달팽이는 사회적 편견,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 물질적인 장애 등의 요소를 없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통합을 목표로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원을 받은 인원은 몇 명인가.

 

올해를 기준으로 1,100명이 넘는 인원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지원했고, 약 3,300명에게 보청기를 지원했다. 숫자로만 보면 많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인공와우 수술의 경우 재활치료비까지 1인당 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금액으로 환산하면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폐광촌에서 보청기 지원사업을 할 때, 한 젊은 농인 여성이 수어통역사와 함께 찾아와서 보청기를 지원해달라고 했다. 보청기의 경우 고심도 난청에는 재활이 안 되고 더군다나 성인이 될 때까지 농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재활이 더욱 어렵다고 판단해, 다른 분에게 양보하는 것이 활용도가 더 높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런데 그분이 보청기를 통해 듣고 말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소리를 인지만 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소리를 듣지 못하니 아기가 잠에서 깨거나 배고프다고 울어도 듣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참 큰 충격을 받았다. 청인으로서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청각장애인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고 소리의 느낌조차 굉장히 간절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이분에게 보청기를 제작해드리고 다시 찾아가 뵀었는데, 보청기를 잘 때도 낀다고 하면서 정말 좋다고 밝게 웃으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분은 조선족 젊은 엄마인데, 아이가 수술을 받은 지 1년이 지났는데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아이와 함께 사무실에 찾아왔다. 사연을 들어보니 중국에서 한족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가 난청 진단을 받게 됐다. 그래서 중국보다 의료기술이 발달한 한국에 와서 재검사를 받고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게 됐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남편과 시댁에서 연락을 끊어버렸고, 한국에 연고자가 전혀 없어 수소문하다가 사랑의달팽이와 연계가 되어 지원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생계유지 때문에 바빠서 빨리 찾아오지 못했다며 음료수 한 박스와 감사 인사를 전하고 가신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지원 대상자들의 인권 때문에 직접 만나 뵙는 일 자체가 어렵고, 사업을 위해 수많은 행정처리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상자들을 업무적으로 대할 때도 많이 있다. 그런데 대상자를 직접 만나서 사연을 듣고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후원자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기억에 남는 후원자가 있나.

 

사랑의달팽이가 청각장애인에게 잃어버린 소리를 선물하는 곳이어서 소리의 소중함에 대해 공감하는 분들의 후원이 많이 이뤄진다. 특히 가수분들이 후원뿐 아니라 홍보대사로 열심히 활동해주고 있다.

 

영산조용기나눔재단은 사랑의달팽이와 12년째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 듣지 못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를 듣는 것도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영산조용기나눔재단은 소리를 찾아주는 것이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것이라는 남다른 사명을 가지고 지원을 시작해 후원 금액이 10억을 넘어섰다. 함께 하는 사업 중 하나가 ‘팔도강산 소리찾기’인데 전국 도 단위로 산골에 있는 독거노인을 찾아가 보청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인공달팽이관 지원을 위해 후원을 많이 해주고 있다.

 

사랑의달팽이만의 자랑거리가 있나.

 

다른 NGO 단체에서 보기 드문 ‘팬心소리’ 후원이 자랑거리이다.

 

팬心소리는 스타의 생일이나 데뷔일 등 특별한 날을 성숙한 팬클럽 문화로 축하하고 빛내는 후원 캠페인 중 하나로,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찾고 스타의 아름다운 노래도 맘껏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을 담아 스타와 팬이 함께 후원한다.

 

현재 적은 금액부터 큰 금액까지 기부해주는 팬클럽이 매주 한두 건씩 있을 정도로 매우 많다. 팬클럽에서만 기부하는 후원금이 연간 수억 원에 달한다.

 

K팝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이러한 팬 기부 문화가 한류에 하나로 자리 잡게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사생팬 때문에 홍역을 치른다는 소식이 많았는데, 요즘은 팬들의 기부, 나눔 등 좋은 소식이 많이 들린다. 우리나라의 K팝뿐 아니라 응원하는 팬들의 선한 문화도 한국이 세계 일류라고 생각한다.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투명성과 신뢰성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기부 결정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나눔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NGO 단체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것은 후원금의 사용처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고 사업과 관련된 비용을 바르게 쓰는 것이다.

 

사랑의달팽이는 운영을 더욱 투명하게 하기 위해 나눔 기업, 단체 및 소울클럽(지정 후원자)을 대상으로 별도의 사업 진행 결과를 보고한다. 지원 대상자의 동의가 있으면 스토리와 후기를 보고하고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가명을 써서라도 언제 어느 병원에서 수술했는지에 대한 결과를 알린다. 후원자들은 자신의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신경 쓰고 노력을 하고 있다. 결과보고가 계속 이뤄지면 비용구조도 자연스럽게 투명해진다.

클라리넷앙상블

운영 시 어려운 점,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청각장애인의 의료 지원이 확대되면 좋겠다. 성인이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할 경우 건강보험적용이 한쪽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는 성인보다 아동에 대한 의료 지원이 많다. 하지만 성인을 위한 지원도 정말 중요하다. 아동은 케어해줄 보호자가 있지만, 성인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집안의 가장이 돌발성 난청으로 수술을 해야 하면 직장을 잃게 될 수 있고, 개인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도 양쪽을 다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쪽만 지원하고 있지만, 한 가정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양쪽을 지원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공달팽이관의 외부장치의 경우 노출되어 있어서 고장의 위험이 크지만, 보험이 일부만 적용돼서 교체비용이 많이 든다. 처음 수술할 때는 내·외부 장치를 다 해도 500만 원인데, 교체할 때는 한쪽에 600만 원이고, 보장이 한 번밖에 안 돼서 또 교체하게 되면 천만 원을 다 내야 한다. 보청기는 국가 지원이 확대돼 5년마다 교환할 수 있는데, 이처럼 인공달팽이관 외부장치도 주기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

 

한편 보청기의 국가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독거노인의 경우 장애진단을 받고 국가 지원까지 받으려면 큰 종합병원을 혼자 3~4번 찾아다녀야 하고, 비용도 30~40만 원이 든다. 이러다 보니 어르신들이 실질적으로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대상자에 따라서 절차를 간소화해서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농인을 위해서는 수어가 제2외국어로 인정되면 좋겠다. 수어를 사용하는 분들이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수어를 사용할 줄 아는 비장애인이 늘어나야 한다. 만약 수어를 제2외국어로 인정해주면 청각장애하고는 상관이 없지만, 수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이 늘어날 것이고 직장에서 한 명이라도 수어를 배운 사람이 있으면 청각장애인들의 직장생활이 상당히 편해지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적 예산이 들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이 궁금하다.

 

올해 코로나19로 여러 행사를 다 취소하게 됐지만 일 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클라리넷앙상블연주단을 위해 랜선콘서트 형식의 온라인 무대를 올릴 예정이다.

 

중장기적인 계획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의료기술과 의료진이 부족한 동남아, 남미 등의 해외 아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 또 하나의 큰 비전이 있다면 ‘소리센터’를 설립해 청각장애인들의 커뮤니티와 언어재활,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청각장애와 인공달팽이 수술 등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는 대중에게 인식 교육과 다양한 홍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기독일보 서다은 기자 (smw@cdaily.co.kr)

발행 | 202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