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Story

기부는 부메랑처럼 설레는 것이죠

청각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있는 사랑의달팽이. 사랑의달팽이는 후원자, 전문가, 재능기부자,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분들의 소중한 참여로 소리 없는 세상에 울림을 전하고자 하는 미션을 수행해가고 있습니다. 후원자 Story는 소리의 울림을 전하는 사랑의달팽이 정기후원자, 바로 ‘소울메이트’ 후원자분들의 이야기를 담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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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을 던져 본 적 있으신가요? 힘껏 팔을 뻗어 던지면 손을 떠난 부메랑이 빙글빙글 파란 하늘을 자유롭게 도는 모습, 자유롭게 날던 부메랑이 다시 나에게 돌아올 때 착, 잡아내는 설렘을 기억하시나요?

 

어쩌면 기부는, 던졌을 때 멀리 날아가 버리는 돌멩이 같은 것이 아니라 돌고 돌아서 나와 내 주변에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오는 부메랑 같은 것이 아닐까요?
부메랑을 던지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의달팽이에 기부를 이어나가고 있는 분이 있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전북대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이은정님의 이야기입니다.

의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북대학교 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이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습니다.

보청기나 인공달팽이관이 필요한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해요.

시간 나는 대로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려고 노력 중인데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맘처럼 되지 않네요. 요즘은 운동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6살 아이, 80세 할머니…내게 감동을 준 사람들

의사로 일하다 보면 정말 많은 환자를 만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들이 있어요.

 

2017년,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은 아이가 있는데, 수술 전까지 몸무게가 늘지 않아서 매번 외래에 올 때마다 몸무게는요? 하며 체중을 먼저 물었던 기억이 나요. 일정 체중이 되지 않으면 수술을 할 수 없거든요. 다행히 두 돌 지나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돼서 사랑의달팽이의 도움으로 양쪽 귀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성공적으로 했지요.
얼마 전, 이제 6살이 된 아이가 병원에 맵핑(mapping, 인공달팽이관을 착용한 후 편안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소리의 강도를 조절하는 일)하러 와서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모습을 저희 청력검사실 직원이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줬어요.
그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만나보았는데, 아이가 인공달팽이관을 착용한 채 검사실을 뛰어다니며 끊임없이 얘기하고,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서 그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최근에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으신 80세 넘으신 할머니도 기억에 남아요. 돌발성 난청으로 하루아침에 양쪽 귀가 안 들리게 된 분이셨는데 나이가 많아서 수술을 망설이시다가 결국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하셨거든요.
소리를 처음 들은 날, 저를 찾아오셔서 감사하다고 연거푸 말씀하시며 저를 꼭 안아주고 나가시는데, 겉으로는 겸연쩍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눈물 나게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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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할 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돼요

평범한 건 싫어요, 기부도 힙(hip)하게!

사랑의달팽이와 인연을 맺게 된 건 7~8년 전의 일입니다. 인공달팽이관 심포지움을 개최하면서 전북 지역의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난청 환자들을 후원해줄 수 있는 지역 예산과 후원 단체를 찾아볼 기회가 있었거든요. 그때 사랑의달팽이를 알게 됐고요.
난청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내가 먼저 기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교수 임용을 받은 해부터 사랑의달팽이에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매달, 기부 횟수와 금액은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보통 한 달에 2~3번 하는 편이고요. 10만 원 할 때도 있고, 50만 원 할 때도 있고, 66,666원 할 때도 있었고요.
정기적으로 매달 얼마씩 하는 후원은 재미없잖아요?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 후원이 필요할 것 같은 환자를 만난 날, 후원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날이면 기부를 해요.
사랑의달팽이가 신용카드로 후원을 받는 단체여서 제 손에 현금이 없어도 쉽게, 특이한 숫자로 기부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내 기부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까 설레요.

사랑의달팽이에 기부를 하는 데에는 제 소망도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제 기부가 부메랑처럼 제 환자에게 혜택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설렘이 담겨 있는 거예요.

 

진료를 하다 보면 어려운 형편 때문에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들도 있어요. 그때마다 아직도 환자들에게 수술비의 장벽이 높은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있거든요. 이렇게 기부를 하다 보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환자들이 돈 때문에 보청기나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포기하는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제 큰 희망도 함께 담아요.

 

습관처럼 매번 기부를 하다 보니 오히려 빼먹었을 때 아차, 하는 기분이 드는 묘한 중독성도 있답니다. 큰 노력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기부 후에 스스로 “잘했어” 작은 칭찬도 주는 계기가 되고요.

청각장애인을 위해 더 나은 의사가 되겠습니다

사랑의달팽이가 인공달팽이관 수술 1000회를 달성한 것 축하드려요.
1000명, 정말 대단하네요. 그런데 더 많아졌으면 하는 욕심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점차 후원의 바람이 거세져서 인공달팽이관 수술자가 1만 명, 십만 명 되는 날이 오겠죠?

 

사랑의달팽이 클라라넷 연주를 학회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공달팽이관을 착용한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거기다 음대에 진학한 친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뜨거운 감동을 느꼈습니다. 비단 숫자가 주는 의미보다는 소리를 되찾은 것이 한 명, 한 명에게 얼마나 큰 의미일지 생각하면 그 감동의 크기는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네요.

 

저 역시 앞으로 조금 더 나은 의사가 되고자 합니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겸손해지고 더욱 수술 능력도 향상해서 환자들을 돕고 싶어요.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끼는 것처럼

보청기와 인공달팽이관 역시 평범하게 여겨질 수 있도록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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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대외협력팀 김슬기

발행 | 2020-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