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 Job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 적극적으로 잡아라!

청각장애인&job소개

건축사 이정선, 인사드립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청각장애인&Job의 주인공은 한국남동발전에서 일하고 있는 이정선님입니다.
이정선님은 현재 한국남동발전 OE사업처 토건설계부에서 발전소 건축설계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네, 공기업입니다!) 한국남동발전은 한국전력 그룹사 에너지 공기업으로,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약 13%, 특히 수도권 전력의 약 25%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정선님은 9년 전 건축직으로 입사해서 7년간 본사 건설처에서 일하고, 2년 전 OE 사업처로 오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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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성백제박물관 앞에서

이정선님은 한국남동발전에 들어가기 전에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면서 박물관, 역사관, 도서관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성백제박물관과 홍주성역사관 등이 있죠.
정말 빵빵한 스펙을 가진 그녀, 점점 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죠?

모든 강의를 대필해준 아버지

이정선님이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받침해준 부모님의 헌신과 은사님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좀 놓치더라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습 범위가 정해져 있어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면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지만, 대학교는 수업 범위가 방대해 예습 복습만으로는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때 故김남응 건축대학장님이 보청기용 특수마이크 사용 협조 안내문을 만들어주셔서 수업을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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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학 중 사용했던 마이크 사용 협조문서

그러고도 놓치는 부분은, 수업을 녹음해서 집에 가져가면 아버지가 그 녹음파일을 듣고 대필해주는 것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방학 기간에 건축기사 자격증을 딸 때도 부모님이 동영상 강의를 옆에서 같이 수강해주면서 바로 통역해주셔서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 동기들과 똑같이 나아가기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청각장애 때문에 정보를 수용하는 범위에 한계가 있어 어딘가 구멍난 퍼즐처럼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곤 했습니다. 이정선님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건축 분야에서 가장 높은 건축사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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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강의를 대필해주는 아버지

건축사를 따기 위해 3년 동안 동영상 강의를 보며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학원 동영상 강의는 거의 1년 치의 분량이었는데, 이것을 아버지가 혼자 듣고 받아쓰기엔 너무나 양이 많았던 거죠. 주변에 속기사나 속기 관련 업체를 알아봤지만 강의의 양이 너무 방대하기도 했고 전문적인 내용 때문에 다들 부담스러운지 거절했습니다.
결국 아버지가 혼자 모든 강의를 들어주셔야 했죠. (간혹 한두 시간 정도 도움 준 지인들도 있었다는데요. 이정선님은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3년 동안 들어주신 동영상 강의의 양은 속기사 비용으로 환산해 보면 거의 외제차 한 대 값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받아쓰고, 딸은 공부하고… 부녀의 협동작전으로 이정선님은 마침내 건축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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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000이다.

흔히들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는 공기업에 입사한 비결. 이정선님은 한 단어로 000라고 말했는데요. 과연 그 정답은 무엇일까요?
그건 아래 일기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일기는 이정선님의 경험담을 토대로 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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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님의 일기 속에 나타난 그녀의 취업 비결, 정답은 바로 ‘적극성’이었습니다.

 

관련 카페와 설명회를 통해 정보를 찾아보고, 면접 하루 전 회사를 미리 찾아가 특수마이크 사용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한 끝에 최종합격까지 갈 수 있었다는 거죠.

영어가 뭐길래

이정선님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노력해도 도저히 어찌할 수 없었던 걸림돌도 있었습니다.
바로 영어, 특히 리스닝 점수였습니다.

 

첫 직장인 건축설계사무소는 사전에 청각장애가 있는 것을 알리고 포트폴리오와 면접을 통해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직을 위해 일터를 찾으면서 연봉이나 복지와 같은 조건보다는, 입사지원 자체를 할 수 있는 곳을 고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대부분 기업은 입사에 공인어학성적이 필수였기 때문입니다.
보청기를 끼고 있다 보니 영어 리스닝 파트에 응시할 수 없는 데다, 입사 지원 시에 청각장애인용 어학점수를 따로 구분해서 명시한 기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영어 성적을 요구하지 않는 기업을 찾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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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한국남동발전이 장애인은 토익점수를 보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있는 것을 보고 지원해서 합격할 수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한국남동발전의 채용 기획 당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협력해서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장애인은 공인어학점수 제외’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런데, 입사 후에 또다시 영어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승진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어학점수가 필수였기 때문이죠. 아무리 리딩을 만점 받는다고 해도, 리스닝을 응시하지 않고서는 최소 기준 점수를 낼 수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사에서 여러 사례를 조사하며 이슈화했고, 지금은 사규가 개정됐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어학성적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시각‧지체장애인 등 기타 장애직원의 편의사항을 지원하도록 말이죠.

장애 직원을 위해 승진시험 체계를 수정한 한국남동발전, 착한 기업으로 인정합니다. ^^

업무 중 발생하는 ‘소통’ 문제, 어떻게 해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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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는지 물어봤는데요, 이정선님은 ‘회의’가 힘들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1대1로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회의나 교육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모든 사람이 저를 바라보고 말하는 게 아니니까 놓치는 정보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마스크 때문에 입 모양을 볼 수 없어서 더 힘들었어요.”

 

사실 이것은 이정선 님뿐 아니라 대다수의 청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이겠죠. 이정선님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묻자, 코로나 이전과 이후, 대응방식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1) 코로나 전
회의에 참석한 선배나 후배, 인턴들이 옆에서 실시간으로 대필하며 회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도와주는 직원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회의가 있을 때마다 도와줄 직원을 찾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2) 코로나 후
음성인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의나 교육 시작 전, 참석자에게 소보로(소리를 보는 통로) 태블릿과 투명 마스크 사용에 대해 사전 양해를 구한 후 소보로 태블릿의 자막과 투명마스크를 통한 입모양을 보며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서 잠깐! ‘소보로’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실시간 자동 자막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지난 청각장애인&Job에서 소보로에 근무하는 이준행님을 소개해드린 바 있죠. 다시 보고 싶으시다면 → ‘청각장애 후배들의 길을 여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직장 동료들도 처음에는 자신이 하는 말이 문자로 화면에 뜨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이내 이해해주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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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문자 통역 시스템을 이용해 회의 중인 이정선님

이정선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꺼이 회의 내용을 대필해주고, 문자통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이정선님과 함께 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이정선님은 앞으로 발전소 건축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건축 분야 뿐 아니라 다양한 발전원과 설비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다고요.

 

“요즘 미디어 보면, 자기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갈고 닦아서 자부심과 열정을 내뿜는 사람들이 나오잖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 제 스스로 반성하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해요. 저 역시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멋진 에너지를 내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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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학기술대학교 건축사 특강

이정선님은 세상 모든 정보들이 문자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옆에서 누군가 도와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다수의 청각장애인들은 원하는 공부를 제대로 하기 어려울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음성인식을 비롯해 청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활용해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꼭 도전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는데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옵니다.
물론 청각장애인으로서 준비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도 하고,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아서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기회를 잡게 되면 적극적으로 대처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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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대외협력팀 김슬기

발행 | 20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