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지원Story

“늘그막에 복을 얻었어, 정말 고마워”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7월 말의 어느 날, 사랑의달팽이는 어르신들에게 전해드릴 보청기를 가지고 충남 부여를 찾아갔습니다.

어르신들은 청력검사 후 약 한 달 동안 보청기가 만들어지길 손꼽아 기다리다가 이날 드디어 자신만의 보청기를 받으셨는데요. 기쁨과 감사함이 넘쳤던 보청기 착용 현장, 함께 가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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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달팽이와 영산조용기자선재단은 ‘팔도강산 소리찾기’ 사업을 통해 매년 직업·환경적으로 난청유발이 심한 지역과 산간오지를 방문, 병원을 찾을 여유가 없는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청력검사를 하고 보청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청기 착용도 연습이 필요해!

이날은 종일 비가 왔다가 개기를 반복했습니다. 비를 뚫고 먼 길을 오셨지만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새로 받게 될 보청기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대기실에서 다과를 드시며 보청기 관리 방법을 담은 비디오를 시청하셨는데요. 먼저 오신 어르신은 뒤에 오신 분께 비디오 내용을 설명해주기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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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관리법을 배우는 중

새로 받은 보청기를 착용한 후엔 소리를 편안히 들을 수 있도록 소리 크기를 조절했습니다.

 

“어머니, 지금은 소리가 커요, 작아요, 보통이에요?”
“시방(지금)도 커유.”

 

볼륨을 조절했어도 보청기를 착용한 후 1~2주가 지나면 소리가 점차 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귀가 그만큼 보청기에 익숙해졌다는 뜻인데요.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1~2번 더 소리 조절을 해야 합니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낯선 감각 때문에 어색해하기도 하고, 요령을 몰라 헤매기도 하다가 계속 연습을 반복하면서 점차 자신감을 보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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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를 착용해 보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

억척 엄마, 소리를 되찾다

보청기 착용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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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순(가명) 어르신은 젊은 나이에 남편을 사별하고 어린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제지 공장에 들어갔다가 청력이 많이 손상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큰 공장에는 사람도 많고 기계도 많아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 사람들이 소리치는 소리가 늘 가득했습니다. 옆 사람과 대화라도 할라 치면 소리를 질러야 하는 소음 속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가면 낮 동안 들었던 기계 소리가 귓 속에 계속 맴돌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20년 동안 억척스럽게 일하며 두 자녀를 키우느라 소리를 잃어가는 것도 몰랐습니다.
5년 전부터 청력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보청기를 안 끼면 바로 앞에서 누가 말해도 무슨 말을 하는지 분별하기 힘듭니다. 동시에 두 사람이 말하면 아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니 상대방의 입만 멍하니 바라보길 몇 년, 코로나가 오기 전부터 경로당도 안 가게 되고 모임도 피했습니다. 다리까지 아파 집에만 앉아 TV를 친구 삼아 지냈습니다.
보청기를 끼니까 어떠냐고 묻자, “또박또박 잘 들려. 이거(보청기) 안 꼈으면 뭐라고 물어봤는지도 못 알아들었을 걸.” 이라고 답하며 웃으셨습니다.

“늘그막에 복을 얻었어,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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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순(가명) 어르신은 보청기를 착용하는 내내 눈물을 참다가 결국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마음을 달래시곤 하셨습니다. 왜 눈물을 흘리시는지 이유를 여쭤보았습니다.

 

“고마워서. 누가 나를 이렇게 돌봐주냐고. 고마워. 항상 감사하죠.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데 이렇게 좋은 걸 주니까 너무 감사해서…”

 

김희순 어르신은 젊은 시절 말로 다 못할 어려움을 겪으며 가족과 헤어지고 객지에서 살다가 최근 50년 만에 자녀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지금은 명절에 한 번씩 보며 그동안 못다 한 정을 나눈다고 합니다.
평소 혼자 사는 희순 어르신을 위해 동네 친구분들이 어르신의 집에 모이곤 하는데요. 어르신은 약 5년 전부터 귀가 안 좋아지면서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아 너무 답답하고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씀하시면서 이번에 보청기를 받게 됐으니 열심히 닦고 끼고 소중히 잘 쓰겠다고 다짐하셨습니다.

 

“보청기 설명해준 사람에게 미안해서라도 잘해야지. 얼마나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설명하는지… 내가 너무 고마워. 내가 늘그막에 복을 얻었어. 너무 고마워.”

 

어르신은 사랑의달팽이 직원 양손을 붙잡고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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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소리를 선물 받은 어르신들은 보청기를 소중히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눈과 귀가 둘 다 안 좋은 한 어르신은 “안 보이는 것과 안 들리는 것 중에 안 들리는 게 훨씬 불편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걸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평생을 소리로 소통해온 어르신들에게 있어 소리를 되찾은 것은 바로 소통을 되찾은 것이기에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알 수 있는 말씀이었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사물에서 멀어지지만
들리지 않으면 사람에게서 멀어집니다.”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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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대외협력팀 김슬기

사진 | 대외협력팀 김슬기, 복지사업팀 신정현

발행 | 202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