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 quick
  • quick
  • quick

보청기 지원Story

바당에 핀 꽃

은빛1

호이~호이~

물질을 하다 올라와 얼굴을 내밀고 가쁜 숨을 내쉬는 해녀들의 숨비소리는 마치 휘파람 소리와 닮았습니다.

숨비소리를 내쉬고 다시 바다로 들어가는 해녀 어르신은 그 어떤 장비없이 자신만의 정해진 숨으로 바다의 보석들을 담아 옵니다.

해녀에도 계급이 있다고 하는데요, 물속에서 얼마나 숨을 참느냐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뉘어지고 상군은 15~20미터의 깊은 수심이 일터이기에 거둬들이는 해산물의 종류도 더 많습니다.

해녀들의 숨은 해녀들도 스스로를 잘 알고 있듯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어서 중군, 하군이 아무리 노력해도 상군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옛 제주도의 경제 그리고 현재는 문화유산의 근간을 잡고 있는 직업 해녀.

사랑의달팽이는 지난 6월 말 신한금융투자의 후원으로 제주도에 계시는 70세 이상 해녀 어르신에게 청력검사를 통한 보청기 착용을 진행하였는데요, 지금부터 그 소식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화순리바다
화순리 바다

여자, 바람, 돌 그리고 해녀.

화순리7
화순리 어촌계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제주 남쪽 서귀포지역의 화순리 어촌계입니다.

바다주변으로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화순리의 첫 인상은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촌계에 들어서자 이미 일찍부터 보청기 지원소식을 들은 어르신들이 앉아 계셨는데요,

착용식을 끝나고 나서 직원분이 말하기를 뒤늦게 오셔서 보청기 지원을 해달라고 하신 어르신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음에도 후원이 지속된다면 꼭 어르신을 뵙게 되길 희망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화순리5

어촌계에 들어서자 바다에서 물질하며 함께한 모습의 사진이 여러군데 걸려 있었는데요,

그간의 세월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남겨진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화순리1

지난 6월 중순에 처음 이곳을 찾아 청력을 검사했었는데요, 이번에 다시 방문하여 검사결과에 따른 귀 모양에 꼭 맞는 보청기를 착용해 드리고 소리조절을 하니,

잘 들리는 소리에 활짝 웃는 어르신, 보는 사람조차 기분좋은 웃음입니다.

화순리2
전화 한 번 해보세요~

옆 책상에 착용중이신 어르신은 전화할 때 불편했다며 직원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하고선 잘 들리는 소리에 또 방긋~ 웃으셨는데요,

자녀들이 육지에 살아서 전화통화를 자주하는데, 잘 안들려서 불편했다는 어르신은 이제 시원하게 잘 들린다며 만족하셨습니다.

바다냄새가 나는 곳에 기쁜 웃음이 들리는 이 공간이 그저 참 좋습니다.

어르신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화순리3

60년 넘게 제주에 살고 계시다는 송영진(가명)어르신은 올 해 75세로 58년째 물질을 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육지인 서울에서 살고 있다며 손주가 3개^^ 라며 밝게 웃음짓는 모습에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홀로 계시는 송영진 어르신은 혼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물질을 해야한다며 옛날에는 아이들을 키우려고 물질도 하고 밭에서도 일을 했다고 합니다.

소라, 전복, 미역, 문어, 해삼 등 눈에 보이는 건 다 캐다  팔아서 자식들을 키웠다는 어르신은 1년 전부터 귀에 농이 생기고 고름이 나와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청력이 많이 좋지 않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도중 물에 들어갈 때도 빼야하고, 세수할 때도 빼야한다며 보청기 관리법에 제주도 방언으로 이야기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송영진 어르신에게 특별한 기억이 있는지 여쭤보니, 돌고래가 나와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며 “물랄러~배알러~”라고 외치면 주변 해녀들이 모여 둥글게 뭉쳐서 돌고래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한다고 합니다.

또 “높이 뛰라 꽃메기 보게~”라고 외치면 돌고래가 바다 수면위로 점프를 한다고 하는데요,

바다의 생명체와 소통하는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이야기 듣는 내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저 돌고래는 예쁘고 친근한 이미지였는데, 홀로 물 속에 있다가 커다란 바다 생명체를 마주친다면 무서울 수도 있고 또 함께 있을 때에는 한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에 자유로운 돌고래의 점프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신기했습니다.

UW001
UW001

호이호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숨쉬는 숨비소리

화순리4

어릴 때부터 물질을 했다는 송영진 어르신은 그 땐 수경도 없이 맨몸으로 수영하면서 돌맹이를 가져오고 다시 바다로 들어가 해파리에도 쏘이면서 해녀가 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바다와 나, 이렇게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물 위에서는 다른 해녀와 함께하지만 잠수를 하면 오롯이 바다와 나뿐입니다.

숨이 차려고 할 때 저 멀리 소라가 보이고,
숨이 차려고 할 때 조금만 손을 움직이면 전복이 떼질 것 같지. 
그냥 미련없이 버리면 되는데, 조금 더 따려는 욕심에
바다에서 죽는거야.

호이호이~ 숨을 쉬며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하는 해녀어르신은 바다에서 욕심을 부리다 죽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고 합니다.

숨이 차서 나오려고 할 때 저 멀리서 소라 하나가 보여 다시 내려간다던지, 전복을 따려는데 유난히 잘 안 따지고 숨이 차는데도 손을 조금만 움직이면 따질 것 같아서 더 숨을 참고 전복을 따서 바다 위로 올라오면 어질어질 하면서 숨을 더 못 쉬게 되는 것입니다. 욕심이 앞서 마지막 숨을 넘어서는 것, 그 순간 물숨을 먹게 됩니다.

그저 미련을 버리고 올라와서 호이호이~ 숨을 쉬고 다시 내려가면 되는데 조금 더 따려는 욕심에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삶도 참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자연이 주는 오늘 하루의 선물, 매일 매일 다를 수 있지만 그것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란 가져도 가져도 늘 ‘조금만 더’라는 욕심을 가지기가 쉽죠.

그러나 결국 욕심은 우리에게 행복보다는 소중한 가치를 잊게하는 불행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조금 더 욕심을 가지기 보다 오늘 하루를 나에게 부끄럽지 않는 생각과 행동으로 가꾸고 그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화순리6
화순리 어촌계 해녀 어르신

5명의 어르신에게 보청기를 모두 지원하고 나오는 길, 꼭 다시 오셔서 지원을 못받으신 분들도 해달라는 당부의 이야기를 듣고선 다시 오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서귀포 노인복지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육지로 통하는 길, 휴대폰으로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

서귀포노인8
서귀포 노인복지관
서귀포노인1

새롭게 지은듯한 서귀포 노인복지관 역시 10명의 어르신이 먼저 오셔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어르신 역시 전화를 하고 싶으시다고 여러 분이 말씀하셨는데요,

아마 제주도에서 자란 자녀분들이 육지에 살고 있어서 어르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전화로 소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귀포노인6
여보세요?

전화통화가 되는지도 꼭 확인하는 어르신은 그만큼 육지와의 소통이 소중하기도 합니다.

보청기를 착용한 귀에서 소리가 잘 들어 오시죠? 물음에 소리를 듣느라 집중하는 표정입니다.

서귀포노인2

이거하면 양쪽귀로 들리려나?

18살부터 물질을 시작해서 벌써 53년이나 해녀생활을 하고 아직까지도 물질을 한다는 71세 임주명(가명) 어르신은 보청기 착용전 혹시나해서 직원에게 이것 저것 물어봅니다.

어르신은 물질할 때 숨 참는 것도 힘들고 고무옷에다가 허리에 4kg이나 되는 연초(장비) 등을 차고 바다에 들어가다 보니 많이 무겁고 아침9시 나가서 낮 3시까지 일을 하다보니 점심을 굶는 일도 태반이라며 쉬운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3년부터 오른쪽 귀가 잘 안들리기 시작했다는 어르신은 멀리서 누가 얘기를 해도 잘 안 들려서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고, 목소리도 점점 커져서 보청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보청기를 착용한 어르신은 사용방법에 대해서도 물어보는데요,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번져갑니다.

어르신, 잘 들리세요?

네, 잘 들려요. 괜찮은 것 같아요.

서귀포노인3
잘 들려요~

보청기가 작아서 어르신들은 배터리를 교체하고 청소하는 등 사용방법을 꼭 배워야 합니다.

간혹 한쪽 귀가 들려서 오랜시간 그 귀에 의존하여 소리를 들어오던 어르신 중 처음 보청기를 착용하다보니 착용식 때 답답하다며 그냥 평소 듣던 것이 낫다고 하시는 분을 만날 때가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인데요,

안경도 처음 착용하면 머리가 빙빙돌고, 어지럽지만 계속 안경을 쓰고 또 다시 변한 도수를 맞추면 그 땐 적응이 된 상태라서 처음보다는 덜 어지럽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에 의지해 보는 것보다는 확실히 도수에 맞는 안경을 쓰고 보는 것이 뇌, 시신경 등 감각에 좋습니다.

서귀포노인5
배터리 넣기

보청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귀안에서 울리거나 보청기의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내 귀에 딱 맞게 제작된 보청기를 첫 날 끼게 되면 답답하기도 하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1시간, 둘 째날에는 2시간~ 이렇게 시간을 늘려가다보면 언젠가는 익숙해져서 씻을 때도 끼게 될 정도로 적응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청기는 습기에 취약하기 때문에 물에는 닿지 않게 주의하고, 잠자리에 들 때는 배터리가 닳지 않도록 문을 열고 습기제거제가 담긴 보관함에 넣어야 합니다.

서귀포노인7
보청기 착용

처음에는 보청기가 잘 들어가지 않아 어머니들이 여러차례 착용방법을 배웁니다.

특히 귓속형 보청기의 경우, 귀에 꾹 넣어야 하고 방향도 맞아야 되는데 작은 보청기라서 시력도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반복연습해 보청기를 착용을 잘한 어르신에게는 엄지척!

서귀포노인4

이런 과정을 거쳐 보청기를 착용한 어르신들은 말은 답답하다고 하셔도 막상 대화를 하면 전보다 훨씬 소통이 수월해 진것을 주변에서 느낍니다.

그래서 같이 오신 보호자님들은 꼭 잘 착용하라고 당부하기도 합니다.

그런 자녀의 당부에 또 어르신은 밝게 웃으시며 주변까지도 환하게 합니다.

달팽이는 서귀포를 떠나 다음날 마지막 착용을 진행할 제주시로 향했습니다.

그럼 영상으로 그 소식을 먼저 만나볼까요!

바당에 핀 꽃, 바다가 좋습니다.

은빛4

둘째날 제주시 은빛마을복지센터에서도 12명의 해녀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순서대로 청력검사를 하던 중 유독 눈길이 가는 한 어르신이 보입니다.

어르신의 옆에는 비슷한 연령대의 보호자가 함께 있습니다.

은빛2

스스로 착용도 해보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르신이 도와줍니다.

너무 궁금해서 여쭤보니 동생이라고 합니다. 닮은 모습이 역시 자매였는데요,

같이 살고 있어서 언니의 보청기 착용을 도와줄 수 있다고 해서 직원들도 안심했습니다.

은빛3

꼼꼼히 관리방법과 배터리 교체 방법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또 어디서 배터리를 구입할 수 있는지, 고장이 나거나 시간이 지나 청력이 달라지면 소리조절은 어디에서 하는지 정말 자세히 여쭤보시는 모습에 아주 어렸을 적에는 언니가 동생을 이렇게 잘 챙겨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은 세월이 지나 나이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서는 왜 그 시절, 그 나이대에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어른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나이만큼의 넉넉한 마음의 그릇을 가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마음의 그릇에는 ‘이해’, ‘인내’라는 의미가 담기고 그 의미가 커질 때 비로소 넉넉한 마음그릇을 가진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은빛5

시간이 지나 아들과 함께 보청기를 착용하러 온 84세의 백숙희(가명)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거의 마지막 순서로 착용을 한 백숙희 어르신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른 어르신의 착용모습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착용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백숙희 어르신은 한쪽 귀에 의존해 소리를 들은지 오래되었고, 보청기 착용도 처음이라서 어떠시냐고 묻는 질문에 답답하다며 안 끼는게 더 잘들린다고도 하셨는데요,

막상 대화를 할 때는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잘 못 들으셔서, 아드님의 설득으로 보청기를 착용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니 되묻는 빈도도 줄고 소통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이라 귀에 빈틈없이 맞는 보청기가 답답하셨던 모양입니다.

처음이니, 안경처럼 어지러울 수 있음을 안내드리니 밝게 웃으시면서 보청기가 틀린건 아니냐고 하시는 모습에 모두가 웃음바다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막상 착용하면 잘 들으시는데, 혼자 사시는 어르신은 옆에 아들이 있으니 무언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마음이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이옥진 어르신에게 바다가 왜 좋냐고 여쭤 보았습니다.

혼자 집에 있으면 갑갑한데, 바다에 나가면 친구들이 있으니까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좋아.

바다에 나가면 운동도 되니까 스트레스도 풀려~

은빛6

세 기관에서 만난 대부분의 어르신에게 바다가 왜 좋은지 여쭤 보았는데요, 의외에 답을 들었습니다.

건강하니까, 다행히 건강해서 바다에 나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 금방 잊어버렸는데, 서울에 돌아와서 다시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평생을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생업으로 ‘해녀’라는 직업을 택하신 어르신들.

자녀가 성장해 출가하고 홀로 살아가더라도 바다를 떠날 수 없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바다에 나가고 싶다는 어르신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요?

수 많은 고비와 싸우며 어느새 ‘바다’는 그 분들에게 친구가 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바다는 그 분들에게 하나의 ‘소리’입니다. 소통할 수 있는 친구가 있고, 호이호이~ 숨비소리를 쉬며  오늘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소리’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_고희영, 엄마는 해녀입니다 中

글,사진 | 대외협력 이유리

발행 | 2019-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