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이야기

[소리칼럼] 인공와우와 난청재활의 패러다임 변화

인공와우는 세계적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 처음 시행된 난청재활시술이다. 매년 그 건수가 급증하여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약 55만 건, 우리나라에서 약 1만5천 건의 시술이 이루어졌다. 인공와우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차원의 난청 재활을 가능케 하였다. 하지만 아직 이 시술의 필요성과 한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 일반인들뿐 아니라 전문가들에게도 더 많은 정확한 정보의 전달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난청의 정도와 종류에 따라 재활 방법도 달라진다

난청은 크게 1)전음성 난청과 2)감각신경성난청으로 나뉜다.

 

1) 전음성 난청
전음성 난청은 소리의 전달이 잘되지 않는 것으로, 외이도나 고막, 중이, 이소골의 문제로 발생한다. 소리를 듣는 기전을 피아노에서 소리를 내는 것에 비유해 생각해본다면 피아노 건반은 존재하지만, 건반 위에 두꺼운 카펫을 깔아 놓은 것과 같은 현상이 전음성 난청이라 생각하면 된다.

Closeup of A piano under the lights with a blurry background

즉 카펫을 걷어내거나(→수술적인 방법으로 소리의 전달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손가락으로 치는 대신 망치로 친다면(→소리를 증폭해 준다면) 비교적 온전한 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2) 감각신경성 난청
감각신경성 난청은 전음성 난청과는 다르게 피아노 건반이 빠져 없어진 것을 의미한다. 즉 건반에 해당되는 내이 와우의 유모세포가 선천적으로 발생하지 못하거나 살아가면서 손상을 받게 되어 치료가 불가능하고 아무리 망치로 내려쳐도(→보청기를 사용해도) 피아노 건반이 없다면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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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심한 감각신경성 난청에서는 보청기를 아무리 잘 맞추어도 소리는 들리지만, 말소리처럼 들리지 않고 구분이 명확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양측 모두 청력도의 평균이 70dB보다 나쁘고 어음의 명확도(변별력)가 50%보다 낮게 되면 보청기의 한계에 이르게 되며 더 이상 보청기로의 청각재활은 어려워진다. 인공와우는 이와 같이 피아노의 건반 즉 와우의 유모세포나 신경의 손상이 있어 더 이상 보청기로는 재활이 어려운 경우 직접 전기로 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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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와우 등장으로 바뀐 청각 재활 패러다임
언어습득 여부에 따라 재활 성공률이 다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회적 유대와 공감을 유지하는 집단이다. 일반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은 자기가 속한 사회의 언어를 습득하고 이를 통하여 인지를 발달시키고 교육을 받으며 직업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난청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언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언어습득 이전부터 난청이 있었는지 아니면 언어습득을 한 이후에 난청이 발생하였는지에 따라 그 재활의 어려움과 성공률이 매우 다르다. 언어를 습득하기 전에 심한 난청이 있는 경우라면, 보청기를 사용하였더라도 적절한 재활이 되지 않아 언어를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이 경우 난청뿐 아니라 언어를 구사하기 어려운, 즉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농아(聾啞)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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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심한 난청으로 태어난 사람(선천성 난청)은 보청기 외에는 재활 방법이 없어 농아가 되었고 수어(手語)를 익혀 소통하는 선택지밖에 없었지만, 인공와우가 등장한 후로는 보청기 재활이 불가능한 환자들도 적절한 시기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재활하면 언어를 발달시키고 구화(口話)로 소통이 가능한 단계에 다다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의학이 발달 되면서 인공와우라는 새로운 청각 재활 수단이 가능해지고 이러한 환자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난청→전농→수어” 공식과 같은 재활 패러다임이 “난청→와우수술→구화” 의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인공와우는 만능? No!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아
수술 전 의료진과 충분히 토의해야

그러면 인공와우 시술을 하면 모든 선천성 난청환자가 언어를 쉽게 배울 수 있게 되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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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와우의 결과는 매우 개인적인 차이가 크다. 여기에는 난청의 정도, 인공와우 수술 전‧후 언어치료 여부, 내이 기형 유무, 난청 원인 유전자, 인지 기능을 포함한 뇌 기능 상태, 언어중추의 형성에 미치는 연령적 요소, 재활의 방법과 효율적인 노력 여부, 가족의 이해와 도움 등등 매우 다양한 요소가 관여한다. 간혹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환자나 보호자와 의료진 간에 충분한 토론이 없이 무작정 인공와우를 하였다가 결과가 안 좋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인공와우는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인공와우는 결정하기 전에 충분히 의료진과 토의를 해야만 한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하기로 하겠다.

인공와우 착용자, 비장애인 아닌 ‘새로운 형태의 청각장애’
구화 중심의 재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아무리 인공와우의 결과가 좋아서 말을 배우고 구화를 사용하며 학교를 다닐 정도로 청각언어 발달이 되었다고 해도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여전히 여러 부분에서 일상생활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기존의 농아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구화를 사용할 줄 알고 듣고 말을 하기는 하지만 인공와우의 기계적인 한계와 청각신경계의 전기생리적인 한계 역시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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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인공와우 환자들을 위해서는 기존의 농아/수어의 패러다임이 아닌, 새로운 구화 중심의 언어습득교육, 학교교육, 직업교육, 직장생활, 사회생활 등의 재활 패러다임이 각 환자의 상황에 맞게 제시되고 수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이 인공와우를 사용해서 최적의 교육을 받고 최대로 자신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되며, 우리 사회 안에서 보다 생산적이고 능력 있는 구성원으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양측 인공와우, 보청기와 인공와우 복합사용, 재활치료 원칙, 학교생활의 문제점의 파악 및 해결책, 직업적 가능성과 장단점 등등에 대한 부분 역시 다음 기회에 설명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인공와우가 최대의 효과를 보기 위해
사회 전반적인 분야의 토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인공와우는 농아의 한계를 벗어나 말을 하고 건청인들 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난청재활 수단이지만, 비장애인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장애이다. 이들이 수술 후 최대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가족의 희생과 노력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즉 의료계와 교육계, 더 나아가 문화적인 측면에서 이들을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필요성이 절실하다.

 

앞으로 이러한 노력을 위해 환자와 보호자를 중심으로 교육계, 의료계, 언어치료사, 청각재활전문가 등의 전문가 그룹과 정책을 만들고 법을 만드는 부분까지 일관되고 지속적인 토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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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하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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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승하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발행 | 2020-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