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칼럼

인공와우 수술은 왜 빨리해야 할까요?

의사가 어린 아기에게 인공와우 수술 권하는 이유?
‘언어발달’ 때문

나리(가명)는 이제 생후 6개월입니다. 나리는 신생아청각선별검사를 통해 청각장애 진단을 받고 100일경부터 보청기를 쓰고 있지만, 소리에 대한 반응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주 병원 진료에서 의사 선생님은 두세 달 후로 인공와우 이식 수술 날짜를 잡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리의 부모는 ‘지금으로써는 인공와우 수술이 나리에게 최선’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이해했지만,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아기가 수술을 받는다는 것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 더 수술 시기를 늦추면 안 되는지, 적어도 돌은 지나서 수술을 받으면 안 되는지 등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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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선천성 심도 청각장애 아동들이 나리처럼 신생아 때 청각장애 진단을 받고, 보청기 사용 기간을 거쳐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들은 이렇게 어린 아기에게 꼭 수술을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걱정을 하십니다. 그러면 병원에서는 왜 이렇게 어린 아기에게 수술을 권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언어발달> 때문입니다. 부모가 한국인이어도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가정의 어린이가 한국어를 못하고 그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경우를 봅니다. 아기들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또 자기 말소리를 듣고 조절하면서 언어를 습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리와 같은 선천성 청각장애 아동은 태어나면서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말소리를 만드는 발성 기관, 조음기관 등에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말을 배우기가 어려워집니다. 청각장애 아동이 말을 배우기가 어려운 원인이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니 그것을 해결해주면 언어발달이 가능해지겠죠?

소리를 듣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뇌의 청각중추 자리를 다른 감각 중추가 차지
신경세포 간의 연결망 생성에도 제한

Family. Mother and dad with their son

그러면 보통 아기들은 언제부터 말소리를 듣는 것일까요? 아기들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임신 20주 정도가 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때부터 바깥세상의 소리를 완전히 똑같이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의 자궁 안에 있는 아기와 바깥세상 사이에는 소리 전달을 방해하는 여러 물질이 있으니까요. 말소리에서는 억양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렇게 보면 나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20주, 약 5개월 정도 다른 아기들보다 듣는 기간이 늦어져 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문제는 <뇌>입니다. 우리 뇌에는 다양한 감각 정보가 최종 도달하는 중추가 있습니다. 귀를 통해 듣는 말소리가 대뇌 피질에 있는 청각중추에 도달한 후, 옆에 있는 언어중추로 정보가 전달되었을 때 우리는 무슨 말소리인지 알게 됩니다. 다른 감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도 대뇌에 있는 시각 중추에 도달했을 때 의미 파악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중추는 대뇌에서도 특정한 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각중추는 대뇌의 양쪽 측면에, 시각중추는 뒤쪽에 위치합니다. 그런데 만일 한 가지 자극이 계속 들어오지 않으면 다른 감각 중추가 그 자리를 슬금슬금 차지하게 된다고 합니다. 즉 청각 자극이 계속 없을 경우, 청각 중추의 자리를 다른 감각 중추가 차지하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뇌

또한,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망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신경세포 간의 연결망은 태어날 때부터 완성되어있는 것이 아니고, 태어난 후 외부 감각의 자극에 의해 활성화가 됩니다. 이런 과정은 영아기 어린 아기의 뇌 속에서 활발하게 일어나는데, 이 시기에 청각 자극이 없다면 신경세포 간의 연결망 생성에도 제한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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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청각장애 아동에게 가능한 한 빨리 소리를 듣게 해줘야
보청기나 인공와우 통해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언어장애 예방

소리를 들려준 후 대뇌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시기가 늦을수록, 즉 소리를 듣지 못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리를 듣는 또래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선천성 청각장애 아동에게 가능한 한 빨리 조금이라도 더 소리를 잘 듣게 해주는 것입니다. 만일 청각장애가 있어도 보청기로 충분히 말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면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겠죠. 그러나 보청기로 듣는 소리가 언어발달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인공와우를 통해 소리를 듣도록 하는 것이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언어장애를 예방하는 길입니다.

윤미선

윤미선
나사렛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
언어재활사, LSLS Cert. AV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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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미선 나사렛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

발행 | 202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