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이야기

영화 ‘목소리의 형태’를 통해 생각해 보는 청각장애인의 학교 생활

지난 2017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의 형태> 보신 분 계신가요? 일본 내에서 꽤 흥행을 하면서 국내에서도 개봉하여 잔잔한 감동을 전해줬던 영화인데요.

청각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일반 학교에 전학가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통해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겪을지도 모를 어려움을, 어쩌면 극단적일지도 모르지만 가슴으로 느껴볼 수 있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목소리의형태1

청각장애가 있는 주인공 ‘니시미야 쇼코’는 평범한 초등학교에 전학을 오게 됩니다. 같은 반의 남학생 ‘이시다 쇼야’는 따분한 걸 싫어하고 누군갈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데요.

귀에 보청기를 착용하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라는 것 때문에 쇼코를 보고 괴롭힐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청각장애인과 어울리는 일이 없었던 반 친구들은 처음엔 쇼코에게 친절하게 대해 줬지만, 점차 귀찮은 친구로 느껴가고…

괴롭힘에 앞장 서던 쇼야는 쇼코의 보청기마저 빼앗고 망가뜨리기도 하면서 쇼코에 대한 친구들의 장난은 단순한 장난이 아닌 집단 괴롭힘으로 점점 심해져갔습니다.

청각장애를 이유로 반 친구들은 쇼코를 괴롭힙니다.
청각장애를 이유로 반 친구들은 쇼코를 괴롭힙니다.

그렇게 몇 달 뒤 쇼코가 결석한 어느 날, 쇼코의 어머니로부터 보청기가 5개월 동안 8개나 분실되어 따돌림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교장선생님에게 전해지고,

잃어버린 보청기 값만 무려 170만 엔(한화 1,700여 만 원)이나 된다는 것을 안 쇼야는 잘못을 자백하려 하지만, 왕따의 주모자로 지목받아 쇼야 역시 왕따가 되는데요.

시간이 흘러 쇼코를 만나게 된 쇼야는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렇게 쇼코와 쇼야의 새로운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주인공 쇼코는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어떤 소리에도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못듣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청각장애가 있더라도 쇼코처럼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혹은 보청기로도 소리를 듣지 못 할 경우엔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목소리의형태_movie_image

그리고 영화에서 쇼코가 자기소개를 할 때 노트에 글을 쓰는 방식으로 소개를 하고, 대화할 때는 수어를 쓰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실제 청각장애인 중에서 수어를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입모양을 보고 의사소통을 하는 ‘구화’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청각장애인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필담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주인공 쇼코
필담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주인공 쇼코

영화는 주인공 쇼코가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 겪는 어려움과 아픔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실제로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조금 더 주목을 받고 여러 가지 부당한 상황을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한데요.

청각장애인 학생들은 교실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까요?

교실에서도 여전한 청각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

보통의 학교에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청각장애 학생 4명 중 3명은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요.(2017년 12월 6일, ‘통합교육 내 방치된 청각장애 학생들’ 기사 참고)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과 인식은 많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_배치현황

특히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있다고 해도 특성 상 2명 이상이 동시에 말을 하는 토론 수업이나 조별 수업의 경우 청각장애인 학생은 모든 말을 쉽게 알아 듣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수업에서 내용을 크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팀워크가 중요한 활동을 하면서 잘 듣지 못해 몇 차례 질문을 하면 오히려 질책을 하는 선생님들도 있다고 해요.

비장애인이 볼 땐 잘 알아듣는 것처럼 보여서 그럴 수 있지만, 이런 일들이 많아지면 청각장애인 학생은 스스로 주눅이 들어 자책을 하거나 그룹 활동 등에 일부러 빠지기도 하는 등 원활한 학교 생활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학교 내에서 보조공학기와 같은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시중에 있는 보조공학기가 크게 청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보조공학기나 속기 등이 보급되면서 오히려 이런 지원이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단정하게 되어 더욱 위험한 환경에서 학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요.

단순히 이러한 물리적 지원이 아니라 당장 학교에 필요한 것은 장애의 특성과 상황에 따른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_학교생활

무엇보다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의 시선입니다.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다 보니 가장 큰 문제인 따돌림을 겪는 학생들이 많고 이런 상처를 안고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가 큰 트라우마가 되기도 합니다.

한 청각장애인 학생이 영어 듣기평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교사는 청각장애 학생을 방송실에 데려가 스피커 옆에 앉혀 영어시험을 보게 했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면서도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는 사례가 있습니다.(2019년 4월 03일 ‘청각장애학생, 스피커 옆에 앉혀 듣기 시험 보라는 학교. 기사 참고)
어떻게 보면 선생님 입장에서는 나름의 배려를 하기 위해서 였다고 할 수 있지만, 당사자인 학생에겐 그 배려가 어떻게 느껴지게 됐을까요? 이런 일은 어쩌면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기에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청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귀에 신기해 보이는 무언가를 착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청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다른 사람, 혹은 특별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영화 ‘목소리의 형태’에서 쇼야를 왕따 시킨 쇼코가 결국 쇼야를 이해하게 되고 다가가려 하는 모습에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는 사회라면 누군가 상처 받을 일은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청각장애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은 우리 모두가 장애를 이해해 나가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청각장애인과 실제 청각장애인들이 생활하면서 겪었던 것에 대한 인터뷰 영상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오래 전에는 시각장애인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안경을 쓰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청각장애인 역시 단지 귀가 불편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된다면 청각장애인에게 다가가고 돕는 것이 훨씬 쉽지 않을까요?

사랑의달팽이는 이렇게 알게 모르게 우리가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사회를 위한 사랑의달팽이의 꾸준한 발걸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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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대외협력팀 김상혁

발행 | 202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