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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을 통해 본 청각장애인의 온라인 수업 환경은?

인공와우로 소리를 듣지만,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선생님 발음이 명확하지 않으면 여러번 반복해서 들어야 하고,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안 들린다고 스피커 소리를 높이면 잡음도 같이 커져서 소리의 명료도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단원 청각장애인 한누리 양 –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면서 교육 현장에서 그동안 본적이 없는 4월 개학 그리고 온라인 수업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IT 강국이라는 우리의 온라인 환경이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걱정 속에서 학교와 학생, 교육부에서도 만전을 기하며 온라인 개학을 준비했는데요.

그렇게 시작된 온라인 개학은 시작부터 많은 문제점이 지적 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개학

우선 짧은 준비 기간 동안 수업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교사들의 어려움도 컸는데요.

웹캠 장비 대란도 생길 정도로 온라인 수업의 환경을 갖추는 것부터 어긋난 경우도 많았습니다. 면대면 방식에서 벗어나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일방적 수업 방식이 되면서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점차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천차만별인 온라인 환경으로 끊김 현상도 자주 발생해 수업 자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수업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가 있는 학생들인데요. 온라인 수업 전부터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원활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청각장애인에겐 높은 장벽이 될 수 있는 수업

대다수의 청각장애인들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니며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면대면 일반 수업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의 표정과 입모양을 보면서 이해하고 질문도 할 수 있기에 수업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요.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청각장애인 학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생각지 못한 사각지대가 발생해가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수업은 EBS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를 통해 학습 영상과 자료를 제공 합니다. 장애 학생들을 위해 자막과 수어, 점자 등의 자료를 제공하고 장애 유형에 따른 교육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학습물에 수어 통역이나 자막 등이 완벽하게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업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는 EBS 장애인서비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업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는 EBS 장애인서비스

자막 영상을 제공하는 과목도 한정적이고 기존에 제공하던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학습 트렌드에 크게 벗어난 모습도 많이 보인다고 해요.

특히 수업 콘텐츠의 제작 단계부터 장애를 고려한 영상을 제작해야 하지만, 비장애인이 중심이 된 수업 콘텐츠다 보니 추후에 자막이나 점자 자료 등을 제작한다 해도 그 내용을 완벽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점입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인공와우나 보청기를 착용하고 소리를 듣는 청각장애인의 경우라고 해도 선생님의 입모양을 보면서 수업을 들으면서 내용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온라인 환경이라는 특성 상 입모양이 명확하지 않고 기계와 기계 사이에서 들리는 잡음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또한 녹화된 영상만 보면서 수업을 들을 경우에는 그때그때 질문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입니다.

직접 들어본 온라인 수업의 불편한 점

인공와우나 보청기를 착용한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단원들은 이런 온라인 수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불편한 점도 크지만 장점도 분명 있다고 하는데요.

인공와우를 착용한 한누리 양은 소리가 명확하게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게 큰 불편함이라고 합니다.

주로 EBS와 경기도 교육 사이트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면서 “EBS는 대부분 자막이 지원이 돼서 큰 문제는 없지만 경기도 교육 사이트의 경우에는 강의 주제가 써진 이미지를 보면서 강의를 해주는 경우가 많아 잘 못 듣는 경우가 더 많다“며 불편함을 이야기 했습니다.

누리 양의 경우에는 현재 3학년이기에 선생님들이 잘 알고 있어 질의응답도 받아주며 수업을 진행하는 편이지만, “1학년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선생님을 대면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질문을 부탁하기가 많이 힘들 것 같다“는 우려도 전했습니다.

또 다른 단원 김규리 양의 경우에는 “선생님과의 의사소통에는 큰 어려움은 없지만 학교에서 올려주는 강의가 자막이 써있는 게 아니라 옆에 테블릿PC를 놓고 실시간 자막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자막이 100% 올바른 게 아니다 보니 유추해 가며 수업을 듣기에 다른 친구들보다 강의를 듣는 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면서 “학교에서 따로 제작한 강의를 시청하는데 자막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말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듣는 청각장애인의 고충 (출처:비디오머그)>

이렇게 자막 지원과 불명확한 소리로 불편함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자막 지원이 제대로 되는 강의의 경우에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으며 학교 수업 중 놓치는 부분은 특성 상 나중에 한 번 더 들어볼 수 있어서 좋다는 점은 온라인 수업의 장점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수업 외적으로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최지효 양은 입학 전 인공와우 수술을 한 친구를 담당한 담임 선생님을 미리 만났기에 수업을 진행하면서 많이 도움을 주고 있어서 온라인 수업에서 크게 불편함은 느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지효 양의 사례를 보면 자막, 수어 등의 전문적인 지원 외에도 장애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그런 환경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월 20일 초·중·고등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마쳤습니다. 이 날은 ‘장애인의 날‘이기도 했죠. 지금까지 없었던 온라인 개학이다 보니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비장애인이 중심이 되어 준비된 수업 환경은 장애를 가진 학생과 그들의 부모님, 교사 모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간혹 어떤 환경에서도 장애를 극복해 나가라는 말을 너무 쉽게 꺼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애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많은 장애인들이 온라인 수업을 원활하게 하는 물리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장애에 대해 이해해 나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국엔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온라인 개학을 통해 우리는 청각장애인들의 온라인 강의 환경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청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들이 소외 받지 않고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그런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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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대외협력팀 김상혁

발행 | 202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