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노래한 새로운 꿈

IMGL2828

어제보다 오늘 한 뼘 더 자랐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한 뼘이 모여 큰 나무가 될 테니까.

조유미 –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中

깊어가는 계절만큼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따뜻한 추억을 남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추억속에 담긴 감동의 이야기는 우리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 희망을 만들어 갑니다.

이번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정기연주회는 유난히도 많은 후원자님의 참여가 이루어진 시간이었는데요, 그 감동의 추억을 다시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베토벤이 품은 ‘소리’

IMGL2688

열 세번째인 이번 사랑의달팽이 정기연주회는 “베토벤, 소리를 품다”라는 뜻을 가지고 열렸습니다.

2017년 봄부터 클라리넷앙상블 선생님들은 클래식 곡을 목표로 1년간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굳은 각오를 다지며 매 번 연습을 진행하였습니다.

음악을 하던 중 청력이 상실되었던 악성 베토벤이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곡을 만들어낸 것을 기억하며 베토벤 교향곡을 연습는 단원들의 모습은 매 순간, 감동이었습니다.

IMGL2166

뜨거웠던 여름에 맺힌 땀이 결실맺은 가을

IMG_1674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은 매 해 여름마다 캠프를 가장한 합숙훈련에 들어갑니다.

먹고나서 바로 연습 또 연습인 일정에 단원들 일기장에는 ‘힘들다’, ‘입술이 퉁퉁 불었다’라는 이야기와 ‘밥이 맛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어 즐겁다’라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가득 적혀있었습니다.

일하고, 공부하는 우리와 아이들 모두 바쁜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은 소소한 것들입니다.

‘소소하다’고 해서 ‘사소한 일’은 아니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만큼 행복은 작은 것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_JST1512

열 세번째,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정기연주회

_JST1519
_JST1543
MBC 차미연 아나운서

윤서와 태경이의 바쁜 일상속 공연을 찾아주어 감사하다는 오프닝멘트와 함께 항상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MC를 맡아주시는 차미연 아나운서가 등장하며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배다해 홍보대사의 축사 그리고 13년간 사랑의달팽이를 이끌어 오신 김민자 회장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유난히도 아름다운 우리나라 가을단풍처럼 조율이란 각자 고유의 색, 고유의 음을 찾아주는 것이라는 인사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각자의 음이 정확해야 좋은 하모니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문화가 더 널리퍼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IMGL2528
사랑의달팽이 배다해 홍보대사
_JST1534
사랑의달팽이 김민자 회장

첫 번째 무대는 스트링 챔버 오케스트라의 재즈 피치카토(곡. 르로이 앤드슨) 연주로 시작되었습니다.

피치카토란 활을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현을 퉁겨내는 소리인데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에서 많이 사용하는 주법이라고 합니다.

통통 튀는 현악기의 소리가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연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스트링 챔버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신서늬의 솔로무대로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곡, 오토노 포르테노(사계 중 가을)가 이어졌습니다.

계절을 담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라는 곡은 남미에서 작곡된 만큼 탱고리듬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_JST1552
String Chamber Orchestra
IMGL1639
Violin Solo. 신서늬

뜨거운 박수소리와 함께 드디어 사랑의달팽이 단원의 무대가 이어졌는데요,

4명의 멋진 보이즈 콸텟 무대로 비틀즈의 렛잇비를 연주하였습니다.

처음 구성된 보이즈 콸텟의 무대 후에 꿈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는데, 다소 떨리는 목소리지만 자신의 꿈을 당차게 이야기하는 단원들을 보며 관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졌습니다.

_JST1630
Boys Quartet 최수종 이상헌 이준희 김건희
IMGL2624

수고했어, 오늘도!

IMGL2258

1부의 세번째 무대는 일상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팅 포크 듀오 옥상달빛의 ‘달리기’와 최재혁 단원의 클라리넷 솔로가 어우러진 ‘수고했어 오늘도’입니다.

옥상달빛의 박세진, 김윤주님은 정기연주회 전인 11월 3일에, 전체리허설에도 직접 참여하여 최재혁단원과 함께 연습을 진행했었는데요,

단원을 생각하는 그 따뜻한 마음이 잘 전해져 최재혁 단원과의 협연무대도 조화롭게 꾸며졌습니다.

_JST1654
옥상달빛 박세진, 김윤주님 / 사랑의달팽이 최재혁 Solo
_JST1652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단원들은 인공달팽이관 수술 및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찾은 유소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리를 선물받고 일상을 찾은 아이들이 경험하는 사회는 때로 다름으로 인한 차별로 차가운 시선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매 주 금요일 마다 사랑의달팽이 사무국에 모여 클라리넷을 연습하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수고한 일주일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말’과는 또 다른 미세한 음의 표현까지 요구되는 악기연주는 일반인에 비해 좁은 폭의 음역대를 듣는 이 아이들에게는 극복하기 힘든 과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아이들의 노력은 청력을 잃었지만 위대한 곡을 만든 베토벤처럼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게 합니다.

그 자신감으로 아이들은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습니다.

1부의 마지막 곡은 두 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적 소품이라는 마켈레 망가니곡입니다.

IMGL2122
Clarinet Duo 손정우 최수종

지난해 일반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클라리넷 전공)한 손정우 수석단원과 최수종 단원의 클라리넷 듀오 무대입니다.

형과 동생의 주고받는 클라리넷 소리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IMGL1820
Concertpiece for Two Clarinets
IMGL2617

관객들도 함께 즐거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悲愴[Pathetique], 고통스러운 열정에 대해

단원들의 꿈이 담긴 영상 ‘절망에서 희망으로’ 상영을 마치고 2부 첫 시간은 더블퀸텟의 머빈 워렌 작곡이자 시스터엑트2의 조이풀조이풀과 베토벤의 비창이 클라리넷 선율로 연주되었습니다.

이번 연주회에서 첫 베토벤 곡인 비창은 슬픈 마음을 표현한 곡인데요, ‘이렇게 아름답게 슬픔을 표현할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그 선율이 마음에 와 닿는 곡이었습니다.

_JST1678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 중 한 곡으로 8번 비창은 그가 청력을 잃어갈 때쯤 만들어진 곡이라고 합니다.

1796년부터 청력을 상실하기 시작한 베토벤은 5년 후인 1801년에는 심한 이명으로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는데요, 비창소나타는 1789년 ~ 1799년 사이에 작곡되어 그 해 가을 그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칼 폰 리치노프스키에게 헌정되 곡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현실적인 상실감과 절망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비극적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우리에게 전해지는 곡입니다.

촉망받던 음악가가 듣지 못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없이 음악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그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시련을 받아들임으로써 장애를 이겨내고 계속해서 작곡을 이어갑니다.

IMGL2034

지속이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황경신

_JST1679
Double Quintet 비창
IMGL1909
베토벤 교향곡 제 5번 운명 1악장

마지막으로 클라리넷앙상블의 합주곡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제 5번 운명 1악장과 제 9번 합창 3악장이 연이어 연주되었습니다.

‘빠바바밤!’으로 시작되는 운명은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들긴다’라는 베토벤의 답변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베토벤의 작곡 노트여백에 ‘나 스스로 운명의 목을 조르고야 말겠다’라는 유명한 일화처럼 청력상실로 인한 운명의 장난에 맞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인간의 의지를 나타냅니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 합창은 이러한 베토벤 의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초월적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써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하고 있는 첫번째 곡이기도 합니다.

조카의 양육권 등과 같은 개인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가 문화예술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음악계에서 베토벤을 탐탁케 여기지 않았던 현실속에 있던 베토벤은 끝내 성공적인 초연을 완수합니다.

당시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아 지휘자 미하일 움라우프의 지휘로 초연되었고, 연주가 끝나고 열렬한 환호가 몰아쳤습니다.

하지만 들리지 않아 객석반응을 알 수 없었던 베토벤을 누군가 객석을 향해  돌려세웠을 때, 베토벤의 눈에는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손수건들이 아름답게 수 놓은 열광의 파도였다고 전해집니다.

IMGL2797
Clarinet Ensemble 합창
IMGL2792

‘함께’의 의미

IMGL2822

웅장한 베토벤의 곡이 끝나자 관객석에서는 뜨거운 환호와 함께 뜨거운 박수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앵콜을 외치는 관객을 바라보는 허두리 음악총괄감독과 박영민 지휘자의 모습에서 그간 준비했던 모든 시간들을 그리며 뜨거운 눈물이 고이는 감동의 순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앵콜곡은 함께 참석한 후원자와 사랑의달팽이가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클라리넷연주에 맞추어 함께 불렀습니다.

_JST1832
함께 부르는 노래,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

누군가를 만났고 알았다는 기쁨이야말로
가치 있는 사람의 감정이요

상처받기 쉬운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가장 따뜻한 삶의 순간이겠지 

헨리 프레데릭 아미엘

_JST1848

마지막 앵콜곡까지 마친 공연장은 일제히 일어나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을 향해 감동의 박수로 화답하였습니다.

‘함께’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서로 같은 마음이기에 관객과 연주단이 함께 부르는 이 노래는 서로의 진심을 공유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IMGL1805
_JST1472
멋진 베토벤과 김민자 회장
IMGL2152
함께해준 봉사자 및 도우미들
IMGL3001
_JST1503

들리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벽,

그 한계를 뛰어넘어 위대한 곡을 만들게 한 베토벤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열정을 만들어 준 위대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역시, 13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봐 준 선생님들과 여러분의 사랑이 힘이되어 지금에까지 이어져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소리를 선물받고 일상을 찾은 아이들의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희망찬 미래를 열어갈 것입니다.

앞으로도 후원자님들의 지속적인 관심속에 천천히 꾸준히 바르게 나아가는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이 되겠습니다.

IMGL3017

글 | 기획홍보 이유리

발행 | 201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