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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리지 않으면 눈빛으로 호흡 맞추죠” 클라리넷 연주회 연 청각장애 학생 30人

복지단체 ‘사랑의달팽이’ 합주단

 

“리듬 타는 건 좋은데 몸을 그렇게 많이 흔들면 안 되지!” “손가락 더 꾹꾹 누르고 확실하게!”

 

지난달 서울 서초구 한 음악 합주실은 초·중·고·대학생 30여명이 연습하는 클라리넷 소리와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외침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며칠 뒤 열릴 클라리넷 연주회를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300여 관객 앞에서 성공적으로 연주를 선보였다

지난달 청각장애 학생들이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합주단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연습하고 있다. 인공달팽이관 수술이나 보청기를 통해 청각을 되찾은 학생들이다. /이진한 기자

이 학생들은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인공달팽이관 수술(소리를 전기 자극으로 바꿔주는 내부 장치를 달팽이관에 이식하고 외부 장치는 귀 위에 탈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기법)이나 보청기를 통해 청력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사회복지 단체 사랑의달팽이가 운영하는 청각장애 학생 클라리넷 합주단을 통해 모였다. 사랑의달팽이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청각장애 아동에게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지원하고 재활을 돕는 단체다. 수술을 받아도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 소리를 듣는 데 한계가 있다. 클라리넷은 사람 음성과 비슷한 음역의 소리를 내 청각 회복에 좋고, 불 때 혀를 많이 사용해 발음 교정에도 도움이 돼서 합주단을 운영했다고 한다.

 

리허설에서 지켜본 학생들의 연주는 청각장애인이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학생들은 연주자 손을 보며 박자를 맞췄고, 들리지 않아도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도록 운지(運指)법을 수없이 반복 연습했다. 합주단 활동을 하며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음대에 진학한 손정우(22)씨는 “청각에 의존할 수 없어 동료의 눈빛과 호흡을 보며 박자를 맞춘다”고 했다.

 

한채정(19)씨는 “연주회에 여러 번 나간 경험 덕분에 떨지 않고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지수(13)양은 “‘귀에 차고 있는 게 뭐냐’고 물으면 머리핀이라고 둘러댔는데, 클라리넷을 시작하고 나서는 인공달팽이관이라고 설명해준다”고 했다. 주민주(12)양은 “일주일 중 클라리넷 연습하는 날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사랑의달팽이 관계자는 “아이들이 밖에서도 밝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조선일보 | 김영준 기자]

발행 | 2019-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