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에 학습권 길 터준 ‘립뷰마스크’
립뷰마스크

교사 입 보이는 마스크 제작
등교 시점 맞춰 보급 확산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청각장애 학생들의 언어재활 치료를 하는 ‘하늘샘치료교육센터’는 지난 2월 말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운영을 중단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장기화였다. 휴원 기간이 길어지자 제때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와 부모들의 염려가 커졌다. 결국 한 달여 만에 재개원을 결정했지만 곧 어려운 문제에 빠졌다. 감염 예방을 위해 언어재활사들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 학생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정확한 입 모양을 보여줘야 하는데 방역마스크를 착용하고는 도저히 수업이 불가능했다.

 

궁여지책으로 식당 등에서 사용하는 위생용 투명 마스크를 써 봤지만, 이번에는 비말이 튀는 것을 온전히 차단할 수 없어 감염 우려가 나왔다. 센터에서는 궁리 끝에 방역마스크와 식품용 위생마스크를 결합해 입 모양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를 손수 만들었다. 효용성을 확인하고 나서는 수작업으로 만든 마스크를 필요한 곳에 나눠주고 제작 방법도 공유했다.

 

등교수업을 앞두고 이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일선 학교였다. 청각장애 학생 상당수가 일선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통합교육을 받는다. 등교 후 교사들도 마스크를 쓰고 수업해야 하기 때문에 청각장애 학생이 학습권을 보장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자체 제작한 투명 마스크를 일선 학교에 보급하고 싶다는 이들의 바람이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지역의 예비 사회적기업인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가 동참하면서 ‘교사용 립뷰(Lipview)마스크 제작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마스크 생산 기업 ‘위텍코퍼레이션’이 KF94 마스크 2만장을 무상 지원하고, (사)사랑의달팽이 등 단체가 모금을 통해 제작 비용을 후원했다.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에는 지난 15일부터 매일같이 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립뷰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등교 시점에 맞춰 21일까지 마스크 3000장이 전국에 무상 배포됐다. 국내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투명 마스크가 학교에 보급되기는 처음이다.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는 홈페이지(lifeplanhd.kr)를 통해 마스크 제작 방법과 도안, 재사용 방법 등도 안내한다. 조성연 센터 대표는 “청각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시작한 일에 많은 분이 도움을 주고 있다”며 “학교 안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장애학생 학습권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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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 202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