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Job

장애는 장애물이 아니다 – 김보우 FC

보험설계사는 끊임없이 고객을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래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청각장애인으로서는 선뜻 선택하기 쉬운 일은 아닌데요. FC(financial consultant)로 일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오렌지라이프의 김보우 씨인데요. 보청기를 끼고 상대방의 입 모양을 봐야 소통할 수 있는 그가, 어떻게 수차례 MVP를 달성하고 여러 강연 무대에 설 수 있었는지 들어봤습니다.

청각장애인&job소개

“청각장애FC, 금융주치의 김보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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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웃음이 멋진 김보우님

김보우 씨를 처음 만났을 때, 훤칠한 키에 큰 체격 때문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보우 씨는 이내 활짝 웃는 얼굴로 농담을 건네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는데요. 처음 만나는 사람도 친근하게 느끼게 만드는 게 그의 매력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김보우 씨는 신한금융그룹의 오렌지라이프 FC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가 스스로 만든 브랜드는 ‘금융주치의’. 어떻게 돈을 모으고 투자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도와준다는 의미입니다.

 

고객의 99%가 비장애인인 김보우 씨, 고객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을까요?

 

저도 최대한 또박또박 말하도록 노력하고 있고, 고객님도 제가 말하면 집중해서 들어주세요. 그러다 보니 소통하는데 크게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고객들의 보험 가입도 상당히 줄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동영상을 찍어서 고객님께 보내드린다든지, 카톡으로 상담한다든지 여러 가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하는 와중에도 영업 정신을 잃지 않은 김보우 씨의 한 마디.

 

“사랑의달팽이에 훌륭한 임원분들 계시던데, 소개해주시면 잘해드릴게요.”

 

언제 어디서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김보우 씨, 영업왕으로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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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구화와 필담을 병행하여 진행되었습니다

거절은 나에게 양분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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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일찍부터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합니다

김보우 씨는 얼마 전, 오렌지라이프에서 일한 지 1,000일을 맞았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 감상이 어땠을까요?

 

“수만 건의 거절, 치열하게 살아왔던 날들, 고생했던 나의 몸과 마음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요.”

 

사실 그는 입사 과정부터 매몰찬 거절을 겪었습니다. 임원이 면접 장소에 나온 김보우 씨를 보고 “어, 청각장애인이네? 모르겠다.”라며 뽑지 않으려 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임원이 그러지 말고 한 달만 일 시켜보고 결정하면 안 되겠냐고 설득해 김보우 씨는 한 달 동안 급여 없이 일했습니다. 그러고 다시 면접을 봤지만 입사를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른 지역 본부에 지원해서 결국 FC가 되는 데 성공했는데요. 그곳에서 면접을 볼 때 본부장이 한 말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난 당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나와 함께 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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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라이프의 유일한 청각장애FC로서 종종 강연 자리에도 섭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그럴 수 없지만, 초창기에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철판 전략’을 세웠습니다.

 

“말 그대로 철판 깔고 식당에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면 사장님이 ‘몇 분이세요? 혼자 오셨어요?’ 물어보세요. ‘저 밥 먹으러 온 거 아니에요’ ‘왜 오셨어요?’ 그러면 명함을 건네주고 ‘저는 오렌지라이프에서 왔습니다. 이 지역의 담당자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오겠습니다’라고 반갑고 뻔뻔하게 말하는 거예요. 그때는 보험 얘기도, 자산관리 얘기도 안 해요. 그 뒤로 자주 규칙적으로 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사장님이 물어보시죠. ‘화재보험 있는데 한 번 봐주실래요?’하고요.”

누구도 무시 못 하게 압도적으로

김보우 씨는 3살에 원인불명의 고열로 청력을 잃었습니다. 청각장애로 인해 그의 학창시절은 ‘따돌림’이라는 단어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그때 부모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누구도 너를 때리거나 괴롭히지 못하게 압도적으로 체력을 키워라.”
“누구도 너를 무시하지 못하게 압도적으로 성적을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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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통해 듬직한 체격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3당4락, 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아쉽게도 학교 수업은 선생님의 말씀을 잘 알아들을 수 없어 제대로 들을 수 없었지만, 집에서 독학으로 3시간만 자며 공부했습니다. 수학의 정석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공부에 파고 들었습니다.
체력도 키웠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취미로 하던 라켓볼을 본격적으로 연습했습니다. 운동하니 덩치가 커졌고 아이들도 더는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라켓볼로 국가대표가 되어 아시아 대회에서 수상도 했습니다.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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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우 씨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 대학교도 전자공학과로 들어갔지만 이내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하는 말씀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넓은 교실에 울리는 소리를 듣고, 흘려 쓰는 글씨를 보며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수업에 따라가기 위해 다시 3당4락을 실천했습니다. 주중에 집에 가지 않고 도서관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날이 밝으면 수업을 듣고 밤에는 도서관에서 지내는 나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교과서와 참고서만 공부하면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랐습니다. 1학년 1학기 때 장학금을 받았던 그가 2학년에는 학사경고를 받았습니다. 결국, 학교를 중퇴하고 말았습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앵무새와 FC

김보우 씨가 FC가 된 건 앵무새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앵무새는 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앵무새 보보는 외로운 학창시절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었죠.

 

“보보라고 모란앵무새 골든체리 종을 키웠어요. 원래 시끄러운 앵무새인데 아무리 울어도 제가 반응 안 하니까 보보도 ‘아 주인이 안 들리는구나’ 하고 그 뒤로는 소리가 아닌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어딜 가면 졸졸 따라오고 애교도 부리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늘 곁에 있을게’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어요. 원래 앵무새 수명이 10년인데, 보보는 18년 동안 제 곁에 있어 주다가 하늘나라에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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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FC의 길로 이끈 앵무새 ‘리치’

지금 김보우 씨의 곁에 있는 건 엄브렐라 코카투 앵무새인 ‘리치’입니다. 안녕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 줄 아는 재주꾼이죠. “이렇게 만세도 해요. 만세~!” 양 팔꿈치를 벌리며 리치 흉내를 내는 김보우 씨의 얼굴에는 리치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습니다.

 

멀리 돌아왔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김보우 씨가 FC가 된 건 이 앵무새 때문입니다.
앵무새를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알게 된 동생이 다른 사람 돕길 좋아하고,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 김보우 씨에게 자기와 같이 FC 일을 하자고 제의했던 겁니다. 사실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1년 동안 망설였습니다.
그러다가 미국의 뇌성마비 영업왕 빌포터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이 사람도 할 수 있는데, 나라고 못 할 건 없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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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한 FC, 지금은 어떨까요?
높은 실적을 거둬 Rookie TOP 10, MVP, New Star Awards을 수상했고, 영업뿐 아니라 오렌지라이프 MDRT DAY와 한국 MDRT DAY에서 강연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습니다.

 

“내가 실패해야 하는 이유가 장애 한 가지라면, 내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니까요.”

 

심할 때는 한 달에 1,000번 넘게 거절당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1,001번, 1,002번 도전한다는 김보우 씨는 보험왕이라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리겠다고 말합니다.

장애는 장애물이 아니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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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영상 | 대외협력팀 김슬기

사진 | 복지사업팀 이인환

발행 | 202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