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식개선Story

“Wow!” 청각장애인 소년의 영화 도전!

청각장애를 주제로 하거나 청각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 드라마는 많이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인공달팽이관을 주제로 하는 영화는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영화를 통해 인공달팽이관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좀 더 평범하게 바뀌지 않을까 하는 발상을 한 소년과 아버지가 있습니다. 선천성 난청으로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은 예준이와 아버지 이은창 님인데요.
예준이가 주연으로 등장하고, 아버지가 만든 시나리오로 한국영상대학교 방송미디어과 교수인 구상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제작하고 있는, 인공달팽이관을 주제로 하는 영화 ‘와우보이’. 그 제작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폭염 속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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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달팽이가 영화 제작현장을 찾은 것은, 한창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촬영이 진행되던 8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던 날이었습니다.

 

“컷!”

 

숨죽인 스탭들 사이로 홀로 달려가는 예준이의 뒷모습이 사라질 즈음, 감독님의 컷 사인이 떨어졌습니다. 스탭들이 다음 장면을 찍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예준이가 감독님과 함께 방금 찍은 장면을 모니터를 통해 지켜봤습니다. 화면을 들여다보는 표정이 자못 진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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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면을 모니터링하는 예준이와 구상범 감독님

감독님에게 예준이 연기는 어떤지 살짝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하는 동안 예준이가 옆에 와서 자신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는지 빠짐없이 듣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예준이가 순발력도 있고 표현력도 있고, 또래답지 않게 연기를 정말 잘해요. 앞으로도 좋은 연기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공달팽이관을 다룬 영화가 우리나라에 없었던 것 같은데, 이런 기념비적인 영화에 참여하게 돼서 대단히 자부심이 큽니다.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구상범 / 영화 ‘와우보이’ 감독

 

촬영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예준이 아버지, 이은창 님으로부터 오랜 장마로 인해 일정이 미뤄져 짧은 기간 안에 남은 촬영을 진행하느라 감독님과 스탭들이 모두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도 예준이가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아 다들 놀랐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도 다 할 수 있다, 약간 불편할 뿐.”

영화 ‘와우보이’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쓴 이은창 님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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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창 / 이예준 아버지, 영화 ‘와우보이’ 기획

 

Q. 예준이가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아버님 보시기엔 어떠세요?
“예준이가 날도 더운데 굉장히 즐겁게, 열심히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았어요. 어제는 늦게까지 촬영을 했는데 목소리 톤이나 표정이 하나도 죽지 않더라고요. 예준이 꿈이 배우인데, 어제는 ‘이렇게 힘든데도 배우할 거야?’라고 물어봤는데 하겠대요.”

 

Q. 영화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들었는데요?
“사실 인공와우 관련된 영화는 처음이다 보니 저예산으로 시작했어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비라든지 여러 측면에서 말로 다 못 할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사랑의달팽이에서 다행히 도와주셨는데 그때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어요.”

 

Q.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으세요?
“사람들이 인공달팽이관을 안경처럼 하나의 보장구로 평범하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청각장애인도 다 할 수 있다, 다만 약간 불편할 뿐이라는 거죠. 해외에는 인공달팽이관을 착용한 배우도 많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예준이가 영화나 사극에 출연하게 되면 인공달팽이관을 숨겨야만 하더라고요. 그런 인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오전 촬영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시간, 예준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요청을 하자 흔쾌히 사랑의달팽이 로고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보니 천생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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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준 / 영화 ‘와우보이’ 주연

 

“영화 찍는 거 진짜 재밌어요. 솔직히 힘들긴 하지만 즐거운 마음 반, 잘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 반이죠. 앞으로의 꿈은 ‘장애라는 건 이 세상에 없다’라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거예요. 저에겐 청각장애가,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아요.

실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영화 ‘와우보이’는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를 착용한 초등학생 시온이 신도시로 이사 가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입니다. 주인공 시온은 비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본인 스스로 장애라는 한계에 갇혀있지 않고 언제나 당당하게 살아가는데요. 이를 통해 영화는,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듣는 게 조금 불편할 뿐,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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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우보이’는 예준이가 커오며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예준이는 선천적 난청으로 인해 돌 무렵,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았습니다. 장애는 불편함일 뿐, 넘지 못할 장벽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예준이는 피아노도 수준급으로 치고, 자작 랩도 곧잘 합니다. 갈고닦은 춤 실력으로 길거리 버스킹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장애인과 다른 파장대로 소리를 듣는 예준이에게 절대 쉽지 않은 일들이지만 이런 도전을 하나둘 이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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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차가 동원된 촬영 현장

그런 예준이에게도 가슴 아픈 기억들이 있습니다. 어릴 적, 철모르는 아이들이 예준이의 머리에 달린 인공달팽이관 외부기기를 보고 ‘괴물’이라고 놀린 일도 있었고, 하루는 유치원을 다녀온 예준이가 부모님에게 ‘나 결혼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예준이는 인공달팽이관을 낀 것에 대해 전혀 열등감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내보이기를 원하는데요.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예준이에게 있어 인공달팽이관은 마술처럼 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죠.
이런 모습이 영화 ‘와우보이’ 주인공 시온이에게도 그대로 담겼습니다.

영화 ‘와우보이’의 성공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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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우보이’는 현재 촬영을 모두 마치고 편집, C.G, 음악, 색보정, 믹싱 등 후반작업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 중에는 영화가 완성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내년 열릴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한 준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영화 ‘와우보이’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많은 사람이 인공달팽이관과 청각장애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의달팽이도 ‘와우보이’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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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대외협력팀 김슬기

사진제공 | 이은창 님

발행 | 2020-09-10